지난달 30일 대구 성서공단내 미리넷솔라 공장. 덩치 큰 기계들이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고, 기계 안에서는 손바닥 만한 판들이 줄줄이 움직인다.
섭씨 700~800도의 고온에서 열을 받는가 싶더니, 찬물에 샤워를 한다. 이어 곧바로 뒤집히고 흔들리고 한바탕 '고문'을 당한다. 마지막 단계로 검은 색 기계 안에서 레이저를 쬐고 나니, 당초 하얀색이던 판은 어느새 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판의 정체는 태양광발전의 핵심 요소인 태양전지(Solar Cell). 태양광발전이 신성장동력으로 각광 받으면서 태양전지도 덩달아 인기 폭발이다.
공정기술팀 이관석 차장은 "가로 156㎜, 세로 156㎜, 두께 200㎛(마이크로 미터)이 한 장이 6,7달러를 넘는다"라며 "태양광 1㎿ 설치 때 연간 석유 31만3,900㎏ 또는 무연탄 67만4,520㎏로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1만가구가 1년동안 쓸 수 있는 전기량이다.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태양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30㎿생산 규모를 갖춘 데 이어 올해 9월 60㎿를 추가했다. 미리넷솔라는 마침 이날 '제46회 무역의 날'에 '2,000만불 수출탑(6월말 기준)'을 달성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공장 가동을 시작해 불과 7개월만에 이뤄낸 성과다.
태양전지가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건 불과 10년 전. 일부 선진국은 30년 전부터 인공위성 에너지 원으로 쓰기 위해 기술 개발을 해왔지만 당시에는 석유가 비싸지 않았던 터라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상철 회장의 선견지명은 이 때 빛을 냈다. 15년 전부터 통신용 유무선 안테나 제작ㆍ설치 사업을 하던 그는 "산 꼭대기까지 선을 끌어올려 안테나를 달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선 하나 없이도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유럽의 솔라시티(solarcity)를 가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국내에 태양전지 생산 회사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태양전지에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다. 2005년 미리넷솔라('새천년'과 '태양'을 합한 말) 법인을 설립한 것.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었기에 쉽지 않았다. 당장 투자할 돈과 사람이 없었다. 이 회장은 미국, 유럽 등으로 백방으로 뛰며 태양전지 사업의 가능성을 설파했다.
10개월 만인 이듬해 10월 미국, 독일에서 650만 달러 외자 유치에 성공했다. 반도체 관련 인재와 접촉했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일을 해보겠다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삼고초려도 마다 않고 어렵사리 하나 둘 사람을 모았다.
조금씩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2008년 4월 프랑스 포토와트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태양광전지용실리콘(SGS)를 이용한 다결정 태양전지 상용화에 성공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폴리실리콘을 재료로 한 지멘스공법과 비교해서 생산 원가를 40% 가까이 낮출 수 있는 기술이었다.
이 회장은 "반도체, 휴대폰 부품 소재 등 태양전지와 비슷한 분야의 기술면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인재들이 버팀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것이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말 공장 설비를 만든 독일 휴니드 사 관계자들은 미리넷솔라가 태양전지의 핵심 경쟁력인 평균 광변환 효율(태양전지에 흐르는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비율)을 "15%에서 16%로 올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고 한다.
권근환 과장은 "효율 1% 향상으로 출력은 6.7% 증가하고 설치 면적은 6.7% 감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며 "150㎿ 생산 설비로 년간 160㎿의 태양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놀라운 기술력 앞에 휴니드 사 관계자들이 되려 비법을 물어올 정도였다고 한다. 권 과장은 "수 만 가지 상황을 설정해 수 십 만 번 시행 착오를 통해 얻어 낸 성과"라고 전했다.
미리넷솔라의 태양전지는 만드는 즉시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을 중심으로 인도, 대만, 중국, 미국 등 세계 곳곳으로 실려간다.
2012년까지 장기 공급 계약으로 확보한 수주 물량만 해도 1조원 규모. 장기적으로 1GW(33만 가구의 1년 전기 공급량)급 생산 규모를 확보할 계획이란다. 투자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호주 맥쿼리컨소시엄에서 35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리넷솔라는 태양전지는 물론 실리콘 개발, 잉곳, 웨이퍼 등 전지의 원료 분야는 물론 태양광 발전 용 모듈(틀)까지 태양광 발전 모든 분야를 섭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8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 산하 노동개발청(LWDA)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미국 내 태양광 모듈 제조 공장을 추진 중이다.
이 회장은 "태양전지로 연산 50㎿의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면 4만8,850톤의 탄소배출권 판매 이익을 얻을 수 있다"라며 "광변환 효율을 세계 최고 수준인 18%까지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대구=글ㆍ사진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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