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스타열전! 추억속으로] 88올림픽 탁구 은메달 김기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스타열전! 추억속으로] 88올림픽 탁구 은메달 김기택

입력
2009.12.02 23:35
0 0

불모지였던 한국 남자탁구가 세계 정상의 꿈을 꿀 수 있었던 데는 '여우' 김기택(47)의 활약이 컸다. 김기택은 맞수 김완과 함께 1970~80년대를 호령하며 한국 남자탁구를 세계 정상수준으로 올려 놓았다. 비록 88서울올림픽 은메달로 '비운의 스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지만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탁구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갈겼다', '밥맛 없다', '바보 같다'라는 단어를 거침 없이 내뱉는 '털털한 아저씨'가 다 됐다. 하지만 그는 한국 최초로 클럽탁구시스템의 싹을 틔우기 위해 묵묵히 준비하고 있는 등 여전히 한국탁구의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88 서울올림픽 평생 남을 후회

서울올림픽은 김기택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멍에'를 안겨줬다. 당시 한국 남자단식의 1인자였던 김기택은 승승장구하며 결승까지 진출했다. 결승 상대는 약관 20세의 유망주 유남규. 모두가 전진 속공과 전술, 기술의 대가인 김기택의 금메달을 점쳤지만 유남규에게 금메달을 빼앗기고 말았다. 특히 순간의 실수는 평생 한(恨) 이 됐다. 그는 "돌출 러버를 사용했는데 돌기가 찢어진 것을 바꿀까 말까 고민하다가 경기를 망쳤다.

오죽하면 당시 탁구 중계를 하던 해설자가 김기택 선수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다른 데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을까"라며 말 끝을 흐렸다. 한국 선수끼리 경기라 타임을 걸고 러버를 교체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그를 흔들리게 만들었다. 패한 후 3일간 울기만 했다는 그는 "러버를 교체했다고 해서 승패의 결과가 달라졌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조차 시도하지 않은 나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았다"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2004년 김기택 탁구클럽 출범과 해설자 도전

89년 현역 은퇴 후 99년까지 지도자 생활을 한 그는 2004년 분당에 '김기택 탁구클럽'을 열었다. 입 소문을 통해 순식간에 유명해진 까닭에 지금은 코치 5명과 함께 140여명의 회원들을 지도하고 있다. '밥주걱론'으로 탁구를 가르치는 독특한 지도법 때문에 아줌마 회원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는 "탁구 라켓이 꼭 밥주걱처럼 생겼다. 그래서 초보자를 가르칠 때 매일 쥐는 밥주걱이라고 편하게 생각하라고 주문한다"며 친근감을 강조했다.

2007년부터는 '마이크'도 잡게 됐다. SBS스포츠 탁구 해설을 맡은 것. 그는 색다른 해설을 위해 '말발'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탁구클럽 운영이 해설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해설은 일반 팬들을 얼마만큼 쉽게 이해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용어를 모르는 팬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회원들을 가르치는 대로 쉽게 풀어 말하다 보니 명료한 해설이 되더라"고 귀띔했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그는 스스로 '밥 맛 없다'고 한 어눌한 목소리를 교정하기 위해 펜을 물고 맹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2010년 최초의 클럽탁구시스템 노크

김기택은 자신의 마지막 꿈 실현을 위해 새로운 구상에 돌입했다. 누구나 손쉽게 칠 수 있는 탁구는 최고의 생활체육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는 "배드민턴과 탁구를 많이 비교한다. 엘리트 스포츠의 경우 탁구가 배드민턴에 비해 연봉과 수입 등 대접이 좋은 게 사실"이라며 "생활체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장소와 날씨의 제한이 덜한 탁구가 생활체육의 으뜸 스포츠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체육의 보편화에 힘쓰고 있는 김기택은 최초의 클럽탁구시스템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김기택 탁구교실' 소속으로 엘리트 탁구대회에 유망주들을 출전시키는 게 그의 꿈이다. 그는 "탁구교실 옆에 공간을 만들어 6~9세 탁구 꿈나무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싶다. 클럽에서 선수를 발굴하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한국의 엘리트 탁구는 더욱 더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장밋빛 청사진을 내비쳤다.

성남=김두용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