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은 세계에이즈의날이었다. 에이즈는 1981년 12월 미국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감염자가 전 세계에서 1억명을 넘어섰다. 한국도 85년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래 올 9월까지 6,680명의 감염이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1,183명이 사망했다(질병관리본부).
미국 NBA 농구 스타 매직 존슨이 91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사실을 밝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이후 지속적 치료와 관리로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는 특히 에이즈재단을 설립해 에이즈 퇴치 전도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면역세포를 공격ㆍ무력화시키는 HIV
우리 몸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하면 면역 체계를 즉각 작동한다. 그러나 HIV는 대범하게도 면역세포의 하나인 CD4 T세포를 공격한다. HIV는 우선 CD4 T세포에 구멍을 뚫고 자신의 RNA를 집어넣은 뒤 역전사효소를 만들어 RNA를 DNA로 변형한다. 그런 뒤 바뀐 이 세포를 이용해 수백~수천 개의 HIV를 증식하고 이용 가치를 다한 CD4 T세포는 자살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스스로 죽게 만든다. HIV는 공기나 물속에서는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데 특히 공기 중에선 24시간 이내 활동성이 90~99% 감소한다. 따라서 혈액 접촉이나 성 관계를 하지 않는 한 감염되지 않는다.
HIV에 감염되면 두통 발열 근육통을 3주일 정도 앓다가 회복된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HIV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HIV는 몸에 남아 서서히 인체를 잠식한다. HIV가 인체를 잠식할 동안에는 문제 없이 생활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1~2년 동안 정상적으로 살고 어떤 사람은 18년이 지나도 괜찮다. 그러다 갑자기 HIV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순간이 온다. 혈액 1㎖ 중 CD4 T세포가 200개 이하로 떨어지는 때다. 이때가 되면 평소 쉽게 퇴치했던 세균이 우리 몸을 사정없이 유린한다. 에이즈가 발병한 것이다.
에이즈 발병 초기에는 몸무게가 10% 이상 줄거나 설사 발열 등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 HIV 감염 후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발병 위험성이 높으므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또한 면역력 저하로 인한 감염을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주기적으로 가슴X선촬영을 해야 한다.
3종류 약을 병용하는 칵테일요법 효과
대부분의 에이즈 치료제는 RNA를 DNA로 바꾸는 역전사효소의 기능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뉴클레오시드 역전사효소억제제와 비뉴클레오시드 역전사효소억제제가 나와 있다.
뉴클레오시드 역전사효소억제제로는 삼천리제약의 아지도민 등 지도부딘제제, BMS의 바이덱스 등 디다노신제제, BMS의 제리트 등 스타부딘제제, GSK의 쓰리티씨 등 라미부딘제제, GSK의 컴비비어 등 지도부딘ㆍ라미부딘복합제, 지아겐 등 아바카비어제제가 있다. 이 약들은 HIV 감염 치료의 기본 약으로 먹기는 쉽지만 구토 복통 설사 빈혈 유산산증 등의 부작용이 있고 내성이 생길 수도 있다.
비뉴클레오시드 역전사효소억제제로는 베링거인겔하임의 바이라문 등 네비라핀제제, MSD의 스톡크린 등 에파비렌즈제제가 있다. 다만 HIV_1기에는 억제 효과가 좋지만 HIV_2기에는 별로 효과가 없다. 피부 발작, 중추신경계이상, 간 손상 등의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이 약은 단독 투여하면 내성이 빨리 생기므로 다른 약과 같이 먹어야 한다.
단백질을 작게 쪼개는 역전사효소의 작용을 억제해 HIV 증식을 막는 단백분해효소억제제도 있다. HIV가 복제되는 후반기에 복합단백질이 개별단백질 성분으로 쪼개지는데 이를 억제해 HIV 증식을 막는 것이다. 애보트의 노비르 등 리토나비어제제, MSD의 크릭시반 등 인디나비어제제, 동아제약의 비라셉트 등 넬피나비어제제, 애보트의 칼레트라 등 로피나비어ㆍ리토나비어복합제, BMS의 레야타즈 등 아타자나비어제재, 얀센의 프레지스타 등 다루나비어제제 등이 있다. 이들 약은 설사 구역질 두통 등의 부작용이 있다.
이런 약을 한 가지만으로 먹으면 내성이 생겨 효과가 없어진다. 그래서 단백분해효소억제제와 2, 3가지 역전사효소억제제를 동시에 먹는 칵테일요법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처럼 3가지 이상 약을 병용하면 내성이 억제되고, 치료 효과도 높아져 99% 이상의 바이러스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약 치료 후 2주일이 지나면 바이러스 수가 급격히 줄고 8주일이 지나면 검사로 알 수 없을 정도로 바이러스의 수가 줄어든다. 하지만 검사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바이러스가 모두 없어진 것은 아니다. 약 복용을 중단하면 얼마 되지 않아 바이러스가 다시 급속히 증가하면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꾸준히 약을 먹고 지속적으로 치료ㆍ관리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 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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