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 주재의 비상경제대책회의, 이른바 '벙커회의'를 내년 7월 초까지 연장키로 함에 따라 정부도 금융위기 비상대책으로 내놓은 한시적 처방을 그 때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 경제가 위기국면에서 급속히 벗어나는 추세는 자타가 공인하지만 회복기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인식에 공감하지만, 사안 별로 잘 따져 비상처방의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신중함을 잃어선 안 된다.
정부가 확장적 정책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 아래 시한을 연장키로 한 구체적 정책은 중소기업 신속 자금지원 프로그램, 중소기업 신용보증 확대, 건설사 대주단 협약 등 크게 3가지다. 지난해 10월 이후 1만7,000여개의 중소기업에 21조원을 넘는 자금과 30조원대의 신용보증을 제공하고 51개사의 건설사의 채무상환을 유예한 조치를 6개월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업체와 업계가 1년 이상 금융 특혜를 받고도 자금난 등 경영 어려움을 호소하는 실정이니 기업부실에 따른 금융위기 재발과 대규모 실업을 걱정하는 정부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위기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강조해온 '3T(Timely, Targeted, Temporary) 원칙'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비상처방은 '시의적절하고 목표가 명확하며 일시적'이어야 정책 누수가 없고 정책수혜자의 도덕적 해이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정부가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정부의 투약 연장방침은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목표가 불분명한 데다 선제적이되 한시적이어야 한다는 전략도 흐트러졌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벙커회의'연장에 '마약처방'을 쓸쩍 얹어갈 것이 아니라 정책목표 대비 효과를 분석한 계산서를 내놔야 한다. "비상조치는 자체가 해법이라기보다 구조조정과 체질개선 강화를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인데, 그런 노력 없이 연장만 하면 실물은 물론 금융부실 폭탄만 키우게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두바이 쇼크'는 그런 경각심을 일깨우는 좋은 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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