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를 놓고 정부의 정책 의지와 국민 정서가 엇갈리는 느낌이다. 국가 정책을 추진하고 그 성공을 담보하는데 국민적 합의와 정서적 일치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외 파병은 더 이를 나위가 없다. 정부는 당연히 국민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국민도 아프간 파병의 의미를 잘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구촌 시대는 모든 국가에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함에 따라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 국가의 위상에 어울리게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 DAC 가입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위상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국제사회에서 이행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
이러한 국제적 책무에는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포함된다. 분쟁지역의 평화유지활동 참여와 비용 지원 등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 우리의 국가 위상이 올라가고 활동 반경이 넓어질수록 더욱 많아질 것이다.
최근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 독자적인 지방재건팀(PRT)을 설치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군 병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미 현지 실사까지 마쳤다.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될 군 병력은 400명 가까이 될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당초 300명 수준을 검토했으나, 현지의 불안한 치안 상황을 고려해 병력 규모를 늘리고 무기와 장비도 증강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지방재건팀을 안전하게 경호하고 수송하는 데 필수적인 장갑차와 헬리콥터를 함께 보내기로 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라고 본다.
일부에서는 아프간의 사정에 비춰 우리 파병부대가 지방재건팀 보호 임무만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한다. 탈레반 세력의 공격을 받으면 전투를 할 수 밖에 없고, 우리 장병의 피해와 희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파병 병력을 여단 규모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래야 탈레반의 공격을 쉽게 제압, 지방재건팀과 경호 병력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정도의 대규모 파병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무작정 반대할 일은 아니다.
정부는 국가 브랜드와 위상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원조를 늘리기로 한 것도 그 하나다. 아프간 파병도 이런 차원에서 열린 생각을 해야 한다. 국제 평화질서를 정립하기 위한 노력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질서를 주도하는 데도 도움될 것이다. 여기에 국제 분쟁 해결에 적극 참여해 국가적 위상을 높이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가치 있는 투자이다.
분쟁이 해결되고 재건사업이 본격화할 때 분쟁 해결에 기여한 나라의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재건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경제 불황기에 우리 기업들에게 성장의 계기를 창출하여 국익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아프간 파병 문제를 단순히 군사적 차원만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파병이 갖는 정치 외교 경제적 의미를 두루 헤아려 거시적인 시각에서 이해득실을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정부와 여야 정치세력부터 해외 파병에 따르는 국가적 이익과 부담을 신중하고 치밀하게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 또한 파병의 위험만 따지는 차원을 벗어나 국제사회에서의 바람직한 국가 행보를 생각했으면 한다.
신박제 한국외국기업협회장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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