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인 30대 A씨는 최근 급전이 필요하던 차에 신종 IT기기인 '넷북'을 이용하면 곧바로 100만원대의 목돈을 쥘 수 있다는 얘기를 인터넷에서 알게 됐다.
이동통신사의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와이브로 상품에 가입하면, 70만원대 넷북을 24개월 할부로 살 수 있는데 이를 되팔면 된다는 것이다. 일명 '넷북깡'이다.
A씨에게 쪽지를 보낸 넷북깡 알선업체는 "카드나 통신요금을 연체한 분들도 3대까지 넷북을 할부 구매할 수 있는데, 저희에게 팔면 한 대당 45만~50만원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은행에서 대출받기 힘든 A씨로선 140만원 가량을 바로 손에 쥘 수 있다는 얘기에 솔깃해졌다.
급전을 마련해준다는 명목으로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든 서민들을 노리는 '깡' 수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휴대폰깡, 차깡 등에 이어 넷북깡과 세금카드깡까지 등장했다.
인터넷 검색 등 기본적인 기능만 살린 간소한 형태의 노트북인 넷북은 휴대하기 편하고 가격도 저렴해 대학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데, 최근에는 '깡'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동통신사들이 지난해 6월부터 와이브로 상품 가입 혜택으로 넷북을 24개월 할부로 판매한 것이 단초였다. 특히 신용등급 8등급까지도 와이브로 상품에 3건까지 가입이 가능해 넷북 3대를 내다 팔면 상당한 목돈을 당장 쥘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넷북깡 업체들이 보통 넷북을 사들이는 금액은 45만원 정도로 이 경우 와이브로 사용료와 부가세, 넷북 할부요금까지 합치면 월 15만원 가량씩 2년간 모두 364만원 정도를 부담하게 돼 연이율 80~90%의 고금리 대출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돈이 급한 서민들은 이런 유혹에 쉽게 빠져들고 있다. 인터넷 포털에는 넷북을 팔면 현금을 주겠다는 알선업체들의 광고나 '넷북 급매'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실제 2일 현재 한 인터넷 중고 직거래 카페의 노트북 게시판에 올라있는 판매 게시글 500여건 중 60여건이 사용도 하지 않은 넷북을 싸게 팔겠다는 내용이었다. 와이브로 업체에서 할부로 산 제품들을 현금화를 위해 팔고 있는 것이다.
일선 시군구 홈페이지에서 지방세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때 다른 사람 소유의 카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세금카드깡 수법도 경찰에 처음 적발됐다.
2일 경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부동산 취득ㆍ등록 업무를 대행하는 법무사 사무장 박모(45)씨와 카드깡 업자 등 25명은 지난해 4월부터 올 10월까지 고객이 납부를 의뢰한 지방세 대금을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이들의 신용카드로 지방세를 대납하는 수법으로 250억원대의 카드깡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대납금액의 27~30%를 수수료로 떼 70억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매매하기 쉬운 인기 차종 차량을 카드 할부로 구입한 후 중고차 시장에 되팔아 목돈을 마련하는 '차깡' 도 성행하고 있으며,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노트북 등의 전자 상품을 카드로 결제한 후 되파는 형태의 고전적인 카드깡도 여전하다.
경찰 관계자는 "매월 내는 할부금이 당장은 적게 보이고 목돈을 쉽게 쥘 수 있다는 생각에 각종 깡의 유혹에 넘어가긴 쉬운데, 실제는 연리 60~90% 수준의 엄청난 고금리이기 때문에 더 큰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태무기자
박철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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