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을 찾아 세종시 수정 추진을 위한 대국민 설득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달성보 건설 현장에서 열린 낙동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에서 "세종시 때문에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의 계획이 위축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으나 전혀 그런 일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 "반대를 위한 반대는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과거를 기준으로 한 낡은 생각과 지역정치 논리로는 결코 미래를 열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4대강 살리기 건설 현장이 있는 달성보를 찾아 세종시 수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론 세일즈를 위한 첫 지방 행보가 공교롭게도 수정론을 반대하는 박 전 대표의 지역구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구에서 열린 지역발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가장 가까운 보 건설 현장을 찾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허남식 부산시장, 김범일 대구시장 등 영남권 지방자치단체장과 이 지역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다수 참석했으나 박 전 대표는 불참했다.
이 대통령은 행사가 끝난 뒤 '친서민' 행보의 일환으로 대구의 유명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을 찾았다. 이 대통령이 시장 입구로 걸어 들어가자 상인과 시민들은 "고생 많으시다" "경제를 살려 달라" "사교육을 없애 달라"고 외치면서 박수로 환영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인 2007년 9월 방문했던 시장 내 손수제비집을 다시 찾았다. 주인 김기순(82)할머니는 당시 대통령후보인 이 대통령에게 "용돈으로 쓰시라"면서 3만원을 건넸고, 이 대통령은 "당선돼서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약속을 지키려고 왔다"면서 식당을 찾았지만 김 할머니는 당뇨로 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만나지 못했다. 대신 김 할머니의 딸이 병실로 전화를 걸어 이 대통령과 김 할머니가 통화하도록 했다.
이 대통령은 "그때 국수를 먹고 당선됐다. 다음에 오면 꼭 뵙겠다. 빨리 쾌유하시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과 대구를 오가면서 일반 승객들과 함께 KTX 열차 임시편을 이용했다. 과거에 이 대통령이 지방 일정을 위해 KTX 열차를 이용할 때는 경호상의 이유로 수행원과 경호관들만 타는 전용편을 운용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철도노조의 파업 사태를 감안해 일반 승객들도 탈 수 있도록 이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면서 "지방으로 이동하는 국민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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