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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의 투자이야기] 달리는 말에서 뛰어내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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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의 투자이야기] 달리는 말에서 뛰어내리는 법

입력
2009.12.0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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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말에 올라타라.'

성장주(Growth Stocks) 투자와 관련해 가장 유명한 투자 격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무책임한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오르는 것만 얘기하고, 내리는 방법은 말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의 연구 성과 등을 감안하면, 성장주 투자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승마법' 보다는 말의 속도가 줄어드는 것을 감지하고 재빨리 내리는 '하마법'이다.

'성장주'에 대한 정의는 투자자마다 다르다. 극단적으로는 '내가 성장할 거라고 믿는 회사의 주식'이 성장주이며, 이 때 '성장'의 개념은 주관적인 미래의 기대이므로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다. 대부분 사람이 '가치주'라고 얘기하는 종목이 어떤 이에게는 '성장주'일 수도 있는 셈이다.

이런 혼선을 피하기 위해 재무학자들은 이론적으로 주가(P)를 주당 장부가치(B)로 나눈 비율(P/B)이 높은 주식을 성장주로 정의한다. 예컨대 P/B가 2라면 주가는 현재가치(1)와 성장가치(1)가 각각 절반 비율로 구성되었으며, P/B가 1이라면 투자자들이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필자 역시 이 글에서는 성장주를 이렇게 정의한다.

유명 재무학자인 스키너와 슬로언은 2002년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s Surprise)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어닝 서프라이즈'는 기업의 실적이 투자자가 기대했던 것과 아주 다르게 나올 경우를 말하는데, 기대보다 좋으면 '서프라이즈'로 표현하지만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면 '쇼크'(Shock)라고도 부른다.

'어닝 서프라이즈'가 발생하면 주가가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당시에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는데, 스키너 등의 연구가 주목을 받는 것은 가치주와 성장주 그룹으로 나눠 조사했다는 점이다.

연구 결과, 성장주가 서프라이즈에 더 크게 반응할 뿐만 아니라 가치주는 서프라이즈와 쇼크에 대해 똑 같은 크기로 반응했지만, 성장주는 쇼크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는 정도가 서프라이즈에 반응하는 것보다 1.5배나 크다는 점이 확인됐다.

증시에서는 가치주보다 성장주가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관심 종목이 좋은 실적을 낼수록 주가의 상승 속도도 빨라지는데, 바로 이것이 '달리는 말'이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는 건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주저하는 태도를 버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전 투자에서는 올라 타지 못해서가 아니라 잘 내리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즉 실적 모멘텀이 약화되는 모습이 나타나면 빨리 이익을 실현하고 말에서 뛰어 내려야 하는 게 성장주 투자에 있어 제일 중요한 포인트다. 말이 속도를 줄이려고 해도, 앞에 있는 절벽을 피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푸르덴셜자산운용 퀀트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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