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연간 총출생아는 2000년 63만명에서 2005년 43만명으로 불과 5년 동안 20만명 줄었다. 그러나 가정위탁, 입양, 시설보호와 같은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아동은 줄지 않고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오히려 늘고 있다. 경제수준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가운데 13위인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아이와 부모교육 병행해야
설득력이 높은 분석은 부모의 경제적 양육 부담과 가족의 응집력 약화다. 부모가 혼외출산, 이혼 등의 이유로 자녀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 한 끼 이상 끼니를 거르는 아동이 늘고 있다. 방학에도 정부의 중식지원을 받은 아동은 2001년 1만3,773명에서 올해 54만명으로 9년 동안 50배 증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07)의 자료를 통해 한 사례를 살펴보자. 초등학교 4학년 동수(가명)는 택시기사인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어머니는 10년 전 가출했다. 아버지의 수입은 적지 않으나 동수를 보살필 시간이 많지 않고 말수도 적어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고 방임했다. 동수는 옷이나 집안 등 적절하지 않은 곳에 대변을 보는 유분증(遺糞症), 결식, 왕따, 결석, 학습부진의 문제를 보였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대상도 아니고 차상위계층도 아니어서 동사무소의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이나 지역복지관의 사회복지사가 도움을 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친구 소개로 드림스타트센터에서 아침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식사를 거르면 집중력이 낮아져 성적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친구들과 함께 먹으면서 식사예절을 경험하고 또래관계도 향상되었다. 방과후에는 학교수업에서 몰랐던 부분에 대한 보충도 받고 연극도 연습했다.
이제 동수는 학교에 결석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고, 사회복지사의 사례 관리를 통해 유분증이 사라지고 성적도 조금씩 향상되면서 친구들이 생겨 자아존중감도 높아졌다. 아버지 또한 마음을 열고 부모교육을 통해 의사소통기술을 습득해 건강한 부모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동수의 결식은 부모의 역할이 부족해 초래된 것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6조는 모든 아동은 영양은 물론 생명에 관한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부모와 정부는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본의 아동학대방지법은 결식을 아동학대의 한 유형인 방임으로 규정한다.
우리도 결식의 개념을 부모가 자녀에게 제때 적합한 식사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생존권을 침해하여 건강한 발달을 저해하는 방임으로 규정하고, 부모가 양육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유기하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아동복지법 제2조의 구속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 부모(또는 법정후견인)가 자발적으로 급식지원을 읍ㆍ면ㆍ동사무소에 신청토록 해야 한다.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은 양육부담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지원을 결정하고, 상황과 능력에 맞춰 급식지원 기간을 부모와 합의해 결정해야 한다. 그 기간에는 부모의 구체적 역할과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의 불이익을 약정해 사인한 후,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으로 바꿔야 한다.
'한 끼' 혜택에 자기결정권을
이는 곧 '한 끼니의 혜택'을 제공하는 조치제도에서 부모와 아동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급식지원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신청제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급식지원을 부가급여로 생각하거나 신청만 하면 준다는 인식을 없애고, 보호망 사각지대의 누락이나 부정수급문제를 최소화해야 결식의 재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이혜원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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