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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추운 나라에서 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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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추운 나라에서 온 시인

입력
2009.12.0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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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한켠에 북해가 있다 내 마음의 모서리를 둥글게 휘게 만들며 불어오는 바람 머리칼을 날리며 낮게 휘파람을 불다가 손바닥을 부비면 낯선 말들이 서걱이며 떨어져 내린다 흐린 구름 너머 활엽의 새들이 나는 동안 계절은 흑백화면 밖으로 떠나고 다시 지금은 쓸쓸함에 저무는 들길로 떠오르는 북해 지워져가는 기억 속에서 마지막 잔광이 머무는 곳 그 어디에도 없는, 다만 내 마음 한켠에 고즈넉하게 잠들어 있는 바다, 북해

● 언젠가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를 탄 적이 있었어요. 북쪽으로, 북쪽으로. 칸막이 객차에 앉아 있었지요. 한번도 내색하지 않았지만, 제가 무척 좋아하는 소설가와 함께였어요.

우리에게 시간은 지평선이 보이는 들판처럼 광활했지만, 거기에 비해 우리가 나눈 대화는 이따금 날아가는 철새들처럼 드문드문. 그가 사랑하는 한 젊은 남자에 대한 이야기. 여행자처럼 머무는 방에 대한 이야기. 기차는 우리를 키일이라는 곳에 내려놓았어요.

거기에서는 북쪽 나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다고 하더군요. 비바람이 부는 밤이었어요. 창밖으로 뿜어 나오는 등불을 제외하면 모든 게 흰색과 검은색 사이의 어떤 색을 띠고 있더군요. 누군가 북해라고 말하면 그 사람마저도 문학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립다는 말로는 채 다 설명하지 못할 그런 감정이에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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