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시민에게 새 시대가 열렸습니다."
유럽연합(EU)의 정치적 통합을 골자로 한 리스본 조약이 발효된 1일, EU 순회 의장을 맡고 있는 프레드릭 라인펠트 스웨덴 총리는 "오늘은 더 효율적이고, 더 현대적이며, 더 민주적인 유럽을 향한 첫 날"이라고 감격에 겨운 성명을 발표했다.
2007년 12월 13일 EU 각국 정상들이 새로운 조약에 서명했던 장소인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는, 그 리스본 조약에 의해 탄생한 'EU대통령'헤르만 판 롬파위(62ㆍ벨기에)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외교장관'캐서린 애슈턴(영국) EU 외교ㆍ안보대표 등 새로운 EU 수뇌부가 모두 모였다. EU가 공식 리스본 체제로 들어가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행사에는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 라인펠트 총리 등도 참석해 '새로운 EU 탄생'을 경축했다.
롬파위 상임의장은 행사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관됨과 정책의 연속성에 초점을 둘 것"이라며 간략히 새로운 유럽연합의 방향을 제시했다.
바로수 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행동할 수 있는 기관을 갖게 됐다는 점, 안정의 시기를 맞게 됐다는 점, 그로 인해 역내 주민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사항에 진력할 수 있게 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체코 폴란드 아일랜드 등 일부 국가들이 리스본 조약 비준을 거부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일단 새로 출범한 리스본 체제를 둘러싸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역사적'이라는 말은 너무 많이 사용될 때가 있지만, 10년 가량의 논의 끝에 리스본 조약이 마침내 발효된 2009년 12월 1일은 EU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영국 BBC는 "지지자들은 리스본 체제가 EU를 더욱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비판론자들은 EU 회원국들이 주권을 (EU본부가 있는) 브뤼셀에 너무 많이 양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고 보도했다.
BBC는 기후변화, 에너지, 긴급원조 등의 정책에 대해 각료이사회에서 각국 대표의 만장일치를 포기하고 다수결로 결정하게 됐지만 세금, 외교정책, 국방, 사회안전 분야에서는 앞으로도 만장일치 제도가 유지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내년 1월 1일 정식 취임하는 롬파위 상임의장은 'EU 대통령'으로서 행보를 이미 시작했다. 이날 리스본 조약 발효 행사에 참석한 뒤 바로 핀란드 헬싱키로 떠나 마티 반하넨 핀란드 총리와 회담을 갖고 여러 EU 현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롬파위가 EU의 상징으로서 인지도가 약하고 실권도 많지 않았다는 회의론이 있지만, 그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동하느냐에 따라 입지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리스본 체제의 EU가 실질적인 첫 발을 떼는 시기는 새로운 집행위원단의 인준과정이 완료되는 1월 중순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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