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달 30일 100 대 1의 비율로 기존 화폐를 새 화폐로 바꿔주는 화폐개혁을 전격 단행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데일리 NK' '좋은 벗들' 등 북한소식 전문 매체들이 다수의 북한 내부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는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6일까지 화폐 교환이 이뤄지며 그 때까지는 모든 상거래가 중단된다고 한다. 북한의 전면적 화폐개혁은 1992년 이후 17년 만의 일로, 북한 체제 안정과 경제에 미칠 여파가 주목된다.
북한은 2002년 임금 및 가격의 현실화, 제한적인 인센티브 부여 등을 골격으로 하는 '7ㆍ1 경제관리개선 조치'를 취한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려 왔다. 전문가들은 화폐개혁이 가파르게 치솟은 물가를 잡고, 장롱 속의 돈을 끌어내 경제운용 재원으로 활용하는 데 1차 목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을 앞두고 최대 과제인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화폐개혁을 통한 경제시스템 정비를 의도했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북한의 화폐개혁에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성공적인 체제 전환을 이룬 베트남 사례와의 유사성 때문이다. 베트남은 1979년 신경제정책을 채택, 북한의 7ㆍ1조치와 유사한 임금 및 가격 현실화 조치를 취한 뒤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자 1985년 10 대 1의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이어 1986년 도이모이 정책으로 개혁개방을 단행, 오늘에 이르렀다. 베트남과 북한의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결국 베트남 식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근거다.
그러나 북한경제 변화 전망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화폐개혁이 일시 물가를 잡는 효과는 있겠지만 그 동안 성장한 시장경제 기능을 제약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경제 침체가 가속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폐교환 상한이 가구당 10만원이라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현금을 많이 확보한 시장 소상인들의 피해가 클 것이다. 체제전환기의 베트남과 달리 북한의 체제 경직성이 여전하다는 점도 화폐개혁 이후의 개혁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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