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해 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테러 위협이 담긴 협박 편지를 받았다. 지난달 박 전 대표의 의원회관 사무실에 두 차례 날아든 편지는 "세종시 수정안에 계속 반대하면 염산을 얼굴에 뿌리겠다"고 위협했다. 구체적 위협을 담은 내용과 달리 누가, 어떤 이유로, 어떤 목적에서 이런 협박을 하는지는 불분명하다. 발신 주소가 허위인 것으로 드러나 경찰은 발신자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전 대표측도 정치적 확대해석을 꺼리면서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자세다.
그러나 이번 협박은 분명히 장난 수준을 넘어섰다. 두 번씩이나 비슷한 편지를 보내고, 동일한 허위주소를 기재할 정도면 발신인의 테러 의사는 상당히 진지한 것이라고 여길 만하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방침에 반대하는 많은 정치 지도자 가운데 박 전 대표를 찍어서 겨냥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정부의 구체적 수정안이 이 달 중순에 나오더라도 세종시 수정안 채택은 여론몰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드시 국회에서의 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국회의 의석 분포로 보아 박 전 대표의 자세가 열쇠라는 점을 정확히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경찰은 박 전 대표측이 경호 강화 요청을 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조용하고 치밀하게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해 마땅하다.
이번 협박 편지는 거센 정치ㆍ사회적 논란이 자칫 엉뚱한 사건으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논란이 격렬해지다 보면 어느 한 쪽 주장에 지나치게 공감한 나머지 반대쪽에 대한 극단적 반감에 빠지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첨예한 사회적 논란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 가운데 개인에게 지워질 가장 심각한 부담이다. 과도한 내면화나 자기투사는 당사자의 불행이자 사회를 위협하는 갈등의 불쏘시개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중요한 논쟁일수록 한 걸음 물러나 살피는 냉정한 태도와 상대에게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관철하려는 의지처럼 위험한 민주주의의 적은 없다. 장외에서의 여론몰이에 애쓰는 야당도 그런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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