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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웨딩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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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웨딩싱어'

입력
2009.12.0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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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오르는 막 아래 격정적인 발 동작이 드러났다. 드레스 차림인 여자들도 예외는 없었다. 헤롤드 폰다 부부의 결혼식 피로연장. 꽝꽝 울리는 밴드 음악과 큰 몸동작의 첫 장면은 관객을 단번에 몰입시켰다.

뮤지컬 '웨딩싱어'는 관객을 잘 다룰 줄 아는 공연이었다. 주인공 로비가 관객 한 명을 소년 역할로 세워놓고 "넌 남자야"라며 관객들에게 인사를 시키거나, 로비의 할머니가 "손을 들어"를 외치며 모두 손을 흔들게 만드는 것처럼 폭발적인 무대 매너뿐만이 아니었다. 극은 '강-약-중강-약' 흐름을 반복하며 관객을 쥐었다 놨다 했다. 테마곡의 자유로운 변용도 친근함을 더했다.

작품은 1985년 미국 뉴저지를 배경으로 극중 인물들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 결혼에 골인하는 과정을 그린다. 여주인공 줄리아가 돈 많은 약혼자 글렌과 가난한 결혼 축가 가수 로비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후자를 선택하게 되는 스토리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이다. 그러나 '성공하고픈 자… 뇌물 접대, 계약직, 정리해고, 허위광고, 보수언론 매수, 회사기밀 팔아먹기…'로 이어지는 2막의 첫 곡 '돈이란 이런 것'을 비롯해 곳곳에서 엿보이는 현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중량감을 줬다.

무대는 아기자기하고 사실적이었다. 한 장면을 위해서라도 아낌없이 세트를 제작했다. 세면대가 딸린 여자화장실, 백화점 진열대 등은 인형의 집을 욕심 내는 여성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줄리아 역의 배우 방진의가 "주연 배우들과 앙상블의 호흡이 이렇게 잘 맞는 공연은 처음"이라고 인터뷰에서 말했듯, 잘 단련된 앙상블도 볼거리였다.

뿐만 아니라 '웨딩싱어'는 올해 올라간 여러 라이선스 뮤지컬의 맥을 이어 매끄러운 번역의 절정을 이뤘다. 의태어 '확' '딱' 등이 추임새를 넣고, 유행어 '이것들아~' 같은 표현이 절묘하게 멜로디와 들어맞았다. 김건모의 히트곡 '핑계'와 굼벵이 댄스까지 무대를 채우고 나니, 어색한 것은 1985년에 유행하던 과장되고 원색적인 의상밖에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관람 등급. '8세 이상 관람가'에 걸맞지 않은 성인용 유머와 비속어, 성행위를 묘사한 선정적인 안무는 분명 착오가 있었던 듯하다. 뮤지컬은 제작자 자체 판단에 의해 등급을 설정한다. 제작진은 자녀들의 손을 잡고 이 작품을 보겠는가, 그 답변이 궁금하다. 서울 충무아트홀, 내년 1월 31일까지. (02)501-7888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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