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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로 활동하다 뮤지컬 '컨택트'서 배우 캐스팅 이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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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로 활동하다 뮤지컬 '컨택트'서 배우 캐스팅 이란영

입력
2009.12.0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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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토슈즈를 신네요. 4kg을 뺐는데 발레 하기엔 아직도 (몸이) 무거운 것 같아요."(웃음)

'삼총사' '마리아마리아' 등을 안무한 이란영(41)씨는 국내 뮤지컬계에서 알아주는 안무가다. 현재 공연 중인 '영웅'과 내년에 막을 올릴 '모차르트'의 안무를 동시에 맡고 있다. 그런 '춤 선생'인 그가 '모차르트'와 맞붙게 될 뮤지컬 '컨택트'에 배우로 캐스팅됐다.

서울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 이씨를 만났다. 토슈즈에 연습용 튜튜를 입은 그는 중후한 멋을 풍기는 중년 발레리나였다. 조곤조곤한 말투나 여유있는 모습이 새 작품을 맡은 배우와는 조금 달랐다. "연출자(토메 코즌)를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다른 배우들과 똑같이 혼나고, 또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죠." 그래도 '춤 선생' 습관이 나오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컨택트'는 노래가 나오지 않는 이상한 뮤지컬이다. 이씨는 "하체는 완벽한 춤 동작을 요구하지만 상체는 배우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2000년 브로드웨이 공연 때나 토니상 후보가 됐을 때도 이 작품은 논란에 휩싸였다. 정확히 말하면 '댄스 씨어터'라는 새로운 장르인데, 춤 위주지만 대사와 음악이 어울려 드라마를 이루기 때문에 결국 큰 범주에서 뮤지컬로 인정받았다.

"작품은 제목처럼 다양한 인간관계를 보여줍니다. 주연은 따로 없어요. 모든 배우가 각자 이름을 갖고 비중있게 다뤄지죠." 옴니버스 형식인 '컨택트'는 시대와 음악을 달리한 총 3막으로 구성된다. 1막은 18세기 말 낭만주의 시대 유럽. 컨템퍼러리 재즈가 연주되고, 그네 타는 행위가 성적 유희를 은유한다. 이씨가 중년 부인으로 출연하는 2막은 근대 유럽을 배경으로 클래식에 맞춰 발레를 추는 무대. 3막은 현대 뉴욕에 록과 스윙재즈가 흐르며, 재즈댄스로 채워진다.

이씨는 "발레는 교감이 많은 춤으로 흔히 생각하는데 실은 혼자 추는 춤에 가깝다"며 "원작자 수잔 스트로만은 안무가 출신답게 2막에서 소통 단절을 표현할 때 발레를 이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3막의 재즈댄스는 서로 감정을 교환하면서 추는 춤으로 밀접한 인간관계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안무가로 알려졌지만 그는 10년 전만 해도 주연과 비중있는 조연을 넘나드는 뮤지컬 배우였다. 세종대 무용과 재학 중이던 1990년 '카르멘시타' 군무로 데뷔, '아가씨와 건달들'의 주인공 아델레이드,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로레인 역 등을 맡았다. '페임'의 무용선생님 역을 끝으로 연기 생활을 마치고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씨는 "제가 맡은 주연은 춤 위주였어요. 점차 노래를 강조하는 작품이 들어오면서 배우로서의 자질을 따져봤죠. 노래는 자신 없었거든요"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렇게 무대를 벗어나 객석에 편히 앉는데 5년이 걸렸다. 무대 위에 있을 때와 달리 무대 뒤의 스태프로서 느끼는 소외감 같은 감정도 견디기 힘들었다. 거기에 좀 익숙해졌다 싶은데 '컨택트' 오디션 제의를 받았고, 처음에는 괜한 두려움에 거절했다. "두 달 뒤 배우를 못 찾았다고 또 전화가 왔어요. '란영씨가 딱인데…'라는 제작사측 말에 용기를 얻어 오디션을 봤죠."

그는 '떨린다' '흥분된다' '걱정된다'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지난 주말에는 혼자 연습실에 나와 연습하기도 했단다. "배우로서 컴백은 아니에요. 안무가로 성숙하는 과정이죠." 2011년에는 '카르멘 쿠바나'란 작품으로 연출에도 도전하는 그는 5년 내에 무용을 강조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끼 있는 무용수들이 설 무대가 국내엔 너무 없잖아요."

발레리나 김주원, 배우 장현성 등 출연. 서울 LG아트센터, 내년 1월 8~17일. 고양아람누리, 1월 22~31일. (02)556-8556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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