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폭력행사로 별거한지 벌써 수년째이지만 헤어지지 못하는 따오기 부부가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중국에서 기증 받은 따오기 한쌍으로 번식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일본 사도(佐渡) 따오기보호센터가 따오기 부부의 불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따오기는 20세기 초까지도 동아시아에 흔했지만 남획과 농약 피해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일본, 한국에서는 멸종 상태였다.
따오기 번식을 국가 과제로 삼은 일본 정부는 1999년 중국에서 요요(友友ㆍ수컷) 양양(洋洋) 암수 한 쌍을 기증 받아 과거 일본 따오기의 주요 서식지였던 니가타(新寫)현 사도섬에서 번식에 성공했다. 번식된 따오기는 올해까지 30마리가 방조돼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이 확인되고 있다.
문제는 이 따오기들의 할아버지, 할머니인 중국 출신 요요, 양양 부부가 '결혼' 후 3년 지나서부터 냉각기에 접어들어 사실상 별거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불화의 원인은 수컷 요요의 폭력으로 추정된다. 따오기는 한 번 부부 인연으로 평생을 함께 하는 새이지만 웬일인지 이때부터 수컷은 자신을 따라오는 암컷을 부리로 쪼는 경우가 많았다. 한때 암컷은 생명이 위독했었다. 수년 전부터는 암컷의 오른쪽 다리가 불편해져 부부관계도 힘든 상태다.
두 따오기는 올해 13세. 사람 나이로 치면 40~50대 중년이다. 아직 번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호센터는 둘을 이혼 시키고 수컷에 새로운 짝을 찾아주는 게 낫다고 보지만 이도 간단치 않다.
두 따오기는 1998년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 방일 때 기증을 약속한 것이라서 "일본 판단만으로 부부 관계를 해소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 일본 환경성의 생각이다. 일본 정부는 전문가 검토를 거쳐 대안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중국측에 정식으로 '이혼'을 허락해주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