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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일요일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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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일요일의 꿈

입력
2009.12.0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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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80cm 이하의 남자들을 루저라고 말한 여학생의 발언이 한동안 문제가 되었다. 요즘 젊은이들의 외모지상주의와 오락 프로그램의 속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쓴웃음을 짓고 말았는데 몇몇 남자들에게는 꽤 상처가 된 모양이다. 가족 모임에서 형제들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시숙이 말했다.

"여도 루저, 저도 루저…" 그러고 보니 집안에 루저 아닌 남자들이 없었다. 알고 있는 남자들도 다 고만고만해서 남자를 올려다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그 루저는 실패자가 아니라 컴맹이나 기계치를 놀리는 인터넷 속어 그 루저(luser)인 것 같다고 해도 시숙은 그날 내내 루저 타령이었다. 그런데 서울에서도 전혀 신경쓰지 않던 그 루저의 망령을 멕시코 곳곳에서 보았다. 수많은 멕시코인 중에 원주민들은 한눈에 띄었다.

원주민끼리 결혼한 그들은 자신들을 꼭 닮은 아기를 낳는다. 반면 스페인 백인의 피가 섞인 이들은 외모부터가 달랐다. 문제는 그 외모가 곧 삶의 질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선택할 수 없는 낙인 찍힌 삶. 그 높은 벽은 디에고의 벽화 '아라메다 공원의 일요일의 꿈'에도 드러난다. 혁명 축하 행사에 군중들이 밀집했다. 하지만 그 무리에 끼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왜 우리는 끼워주지 않는 거냐고 멕시코 원주민 처녀가 항의를 하고 있다. 한껏 멋을 낸 게 다 소용 없게 되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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