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의 제목만 있고 가사가 없는 단순 연주곡도 이적표현물에 해당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1심에선 해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조병현)는 이동식저장장치(USB메모리)에 북 찬양 제목의 '연주곡'을 소지한 혐의(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소지)로 기소된 실천연대 송모(35ㆍ여) 선전위원장에게 무죄 판단한 원심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원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이적단체구성 등 다른 혐의 역시 유죄로 인정됐다. 하지만 형량은 1심과 같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2년, 보호관찰 4년이 선고됐다.
쟁점은 USB메모리에 저장된 '대를 이어 충성을 다하렵니다',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등의 제목이 붙은 14개 연주곡의 이적성 여부였다. 제목만으론 북한 찬양이 연상되지만 이 곡들은 가사가 없어 내용상으로는 이적성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다.
때문에 1심은 '이적표현물은 민주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성과 공격성이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 및 '국보법 위반 처벌은 명백한 위험성이 있을 때로 축소 제한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은 "제목만으로 북한을 찬양하기 위해 작곡된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며 "노랫말이 나오는지에 상관없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이적표현물"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이어 "해당 곡은 경쾌한 음으로 구성된 행진곡이거나 클래식풍의 연주곡으로 제목에서 느껴지는 인상과 유리되어 있지 않다"며 "가사가 없어 사상성을 알 수 없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해당 곡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경쾌한 행진곡 또는 클래식 연주곡으로, 연주만으로 사상성 전달은 어렵다"고 결론 내린 원심과 정반대의 판단이다.
항소심은 일부 혐의에 대해 추가로 유죄 판단했지만, "피고인이 현재 임신 중으로 실형을 선고해 격리하기보단 보호관찰 아래 건전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고, 이런 처우가 우리사회의 민주성ㆍ다양성ㆍ개방성을 북한 등 외부에 알리는 길이다"라며 원심과 같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송씨가 지난 대선 때 이회창 당시 대통령 후보에 대해 협박글을 올린 혐의(공직선거법위반)에 대해서도 원심과 같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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