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국회의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12월2일)을 넘길 것이 분명하다. 2003년부터 같은 사안으로 7년 연속 '법을 만드는' 국회가 헌법을 어기는 불명예를 안게 되는 셈이다.
통상 예산안 심사는 국회 상임위의 예비심의, 국회 예결특위의 본심의, 본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법정시한을 하루 앞둔 1일 현재, 예산안 심의를 마친 상임위는 전체 16개 가운데 7개(운영ㆍ법사ㆍ기재ㆍ외통ㆍ국방ㆍ지경ㆍ문방위)에 불과하다. 여야는 2일 예산안 공청회를 개최하고 3일 예결위 예산심사 일정을 협의키로 했으나, 상임위 예비심의가 늦춰지면서 예결특위가 정상 가동될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야가 책임공방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장면도 반복되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이 세종시, 4대강 문제를 내세워 내년도 예산안 전체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정부 여당이 4대강과 세종시 원안 수정으로 지금 국민을 낭떠러지로 밀고 있다"고 여당에 책임을 돌렸다.
물론 올해 예산안 정국에선 4대강 사업 예산 제출자료 미비로 야당의 반발을 자초한 정부의 미숙함도 심의 지연에 한몫 했다. 국토해양부는 총액만 뭉뚱그린 자료를 낸 뒤 야당의 지적을 받고, 두차례 추가 자료를 제출한 뒤에야 심의를 받을 수 있었다. 민주당은 국토해양위 등을 제외하면 예산 심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했다고 자평하지만, 책임을 피해나가긴 어렵다. 크게 보면 올해도 여당은 "야당의 발목잡기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야당은 "이런 사태를 몰고 온 여당 탓"이라고 항변하는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앞으로 갈 길은 더 험난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행정부처 세종시 이전 백지화 선언으로 여야가 가파르게 대치함에 따라 순조로운 예산안 심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날 국토해양위가 본 심사에 들어가기도 전에 "예결소위를 공개해야 한다"는 민주당 주장을 둘러싸고 공방만 벌이다 정회한 것이 한 예다. 최악의 경우 '예산안 직권상정→여당의 강행 처리 시도→야당의 실력 저지'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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