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이 '둥둥 낙랑둥'을 공연한다. 2006년 오태석 작ㆍ연출의 '태(胎)'에 이어 두 번째 국가브랜드 공연 프로젝트 대상작으로 선정된 무대다.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자명고 설화가 살아 온다.
"삼국 설화와 원작자인 소설가 최인훈씨의 상상력이 융화, 오늘날 더욱 필요해진 원형질적 사랑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지난달 30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자 최치림씨는 "무당이 무대를 열고 닫는 해원의 굿"이라고 이 무대를 요약했다. 1970년대 극단 자유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서 함께 머리를 맞댔던 최인훈씨와 최치림씨가 40여년의 세월을 격하여 다시 만난 작품이기도 하다.
1980년 국립극장이 설립 30주년 기념 공연작으로 택하기도 했던 이 작품은 국가브랜드라는 깃발 아래 환골탈태의 지평에 도달했다. 객석과 연결된 무대, 꿈과 환상 대목에 등장하는 영상, 10인조 라이브 국악 밴드의 연주 등은 총체극에 버금간다. 45명이라는 방대한 출연진은 국립극단이 아니고서는 보기 힘들다. 또한 이 작품은 내년 9월 한 달 동안 세계의 극작가, 평론가들이 모여 펼칠 '2010 서울 씨어터 올림픽스'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나간다는 무게도 실려 있다.
제작진은 이 작품이 우리 시대에 '한국적임'의 의미란 무엇인지를 재탐구하는 자리라고도 했다. 배우의 얼굴을 죽이는 현란한 의상과 무대 디자인을 반성하고 여백, 생략, 압축 등 담채 한국화가 갖는 미학을 3차원화한 무대라는 설명이다. 무대디자이너 박성민 씨는 "무대장치는 빗속에서 펼쳐지는 영혼결혼식 등 작가 특유의 상징과 은유를 살리는 데 치중했다"며 "또 배우의 전신이 다 보이는 경사(3~5도) 무대 등 객석의 감상을 우선시했다"고 밝혔다.
'삼국사기' 중 고구려 본기에 바탕한 이 작품은 한국적 문화 콘텐츠가 어떻게 21세기의 해원 굿으로 되살아날지를 확인할 자리이기도 하다. 최치림씨는 그 요체를 "낭만, 상징, 무속, 에로티시즘의 드라마"라고 규정했다. 특히 선과 악이 대비되는 원작에 코믹한 난장이와 곱추 등 중간자적 존재들을 삽입, 대립을 눅이고 진정한 화해의 의미를 묻는다는 계획이다. 전쟁에 이겼으나 사랑을 잃은 호동의 이야기, 그가 겪고 있는 불면의 밤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최씨는 "원작자가 작품 일부의 수정을 허락했다"며 "그도 좋아할 무대"라고 말했다.
22~27일, 내년 1월 6~1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공연 기간이 중간에 잘린 것은 이미 예정된 완창 판소리 무대 일정 때문이다. 이상직 계미경 이지수 등 출연. 화~금 오후 7시30분, 일 3시. (02)2280-4115~6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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