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최고위원단과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국민도 반대하고 우리도 반대하면 길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여기에서 '우리'란 여권 내에서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 대안을 만들어 최선을 다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한나라당도 합심해야 한다"며 "그래도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쩔 도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세종시 수정 추진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일방적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 개정을 밀어붙일 수 없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원안보다 더 충청권에 도움이 되는 수정안을 내놓을 것이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충청권 민심과 야당 및 한나라당 친박근혜계 등이 끝까지 반대하면 원안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이 대통령의 언급은 세종시 수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자는 데 방점이 찍힌 것이므로 정부와 여당은 수정안 관철을 위해 매진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원안보다 더 나은 대안을 내놨는데도 충청 주민들과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원안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우리는 행정 부처를 이전하지 않는 대신 자족 기능을 충분히 갖춘 세종시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그래도 국회가 대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원안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 "정부의 대안이 국민과 충청도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고 하면 우리로서는 보완 아니면 폐기 건의를 해야 한다"며 "설득이 안 될 경우에는 원안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