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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비상藥' 중독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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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비상藥' 중독 주의보

입력
2009.12.0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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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금융 위기 이후 내놓았던 한시적 비상조치 상당수를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우리 경제의 회복을 자신하기 어렵고 '두바이 쇼크'등 불안요소도 많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마취요법과 다름없는 비상조치 시행기간을 늘릴 경우 기업구조조정이 지연되고 금융ㆍ재정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어, 나중에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취하기로 했던 ▦중소기업 신속 자금지원 프로그램(패스트트랙) ▦중소기업 대출 신용보증확대 조치를 내년 상반기까지 6개월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가 지하 벙커에서 열리는 비상경제대책회의 체제를 6개월 더 운영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작년 10월 시작된 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은 8월 말까지 1만700여곳 중소기업에 무려 21조7,000억원을 지원했다.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확대조치는 10월 말 현재 보증기관을 통해 30조4,000억원의 보증대출이 이뤄졌으며 연말 잔액은 34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평균 95% 수준인 보증비율을 갑자기 낮추면 중소기업 타격이 큰 만큼 내년 6월 말까지 연장하면서 단계적으로 85%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를 지원하기 위한 대주단 협약도 6개월 연장된다. 채권금융기관들로 구성된 대주단상설협의회는 이날 건설회사들의 원활한 영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 협약기한을 당초 내년 2월 말에서 8월 말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비상조치를 연장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높다. 가장 손 쉬운 대응책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소기업 옥석 가리기가 지연되면서 경쟁력이 낮은 기업들의 부실이 확대되고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에 구멍이 생기는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비상조치는 자체가 해법이라기 보다 구조조정과 체질 강화를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인데 이런 노력 없이 무턱대고 조치만 연장하면 모럴해저드를 조장하고 부실 폭탄만 키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금융권도 내심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 국책금융기관장은 "중소기업 보증확대 조치로 인해 마땅히 퇴출되어야 할 기업도 생존하는 부작용이 크다"면서 "더 이상의 연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정상화되는 속도에 맞춰 비상조치를 거둬들이고 정상적 정책기조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차별지원에서 선별 지원으로, 획일적 연장 보다는 단계적 종료로 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꺼번에 비상조치를 종료하는데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엄격한 기준에 따른 일부 선별 연장, 그리고 점진적 폐지를 통한 완충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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