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12일', '2006년 10월9일'.
2,000여 만원의 종자돈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100억원대 자산가가 된 A씨가 대박 투자의 대표적 기념일로 꼽는 날이다. 바로 '9.11 테러'와 북한의 1차 핵실험으로 증시가 대폭락했던 날인데, 당시 그는 대부분 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려 투매한 주식을 사 모았다.
A씨는 "두 사건 모두 부정적 뉴스였지만 전면전으로 이어져 시스템 리스크까지 연결되는 상황은 아니었던 만큼, 과민 반응하는 증시에서 낙폭 과대 종목을 챙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1년의 경우 코스피지수가 사건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은 1개월 정도였으며, 사건 당일 장중 한 때 지수가 40포인트까지 하락했던 북핵 쇼크의 회복 기간은 1주일에 불과했다.
다소 성급한 감이 있지만 지난 주 글로벌 증시를 강타한 '두바이 쇼크'도 비슷한 형국으로 마무리 될듯하다. 사태 직후 급락했던 유럽 증시가 다음 날에는 반등에 성공하고, 30일 열린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루에도 수 조원이 움직이는 증시는 냉정한 듯 하지만 그 역시 사람이 하는 지라 조그만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주가의 큰 출렁임을 만든다. 주식 투자가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두바이 쇼크'로 놀란 개인 투자자라면 이번 사태를 스스로의 투자 원칙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는 것도 좋을 듯하다. 확고한 원칙은 위기의 순간에 흔들리는 자신을 다잡는 방파제이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자에게 '빚내서 투자하지 말라'는 조언으로 유명한 워렌 버핏은 '3년 간 증시가 문 닫아도 행복한 자세로 투자하라', '잘못된 길이면 즉시 빠져 나오라'는 원칙도 제시하고 있다. 즉 상황이 나쁘더라도 3년 후 주가 반등이 확실한 기업에 여윳돈으로 투자했다면 걱정 말고 기다리는 게 옳다는 것이다.
반면 투자한 회사가 미덥지 못하거나, 회사는 미더워도 투자한 자금이 빌린 돈이라면 손을 떼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 있다. 루머로 급등락을 거듭하는 증시에서 확신 없는 투자자는 거친 파도에 휩쓸린 일엽편주(一葉片舟)에 불과하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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