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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아홉 가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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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아홉 가지 기분

입력
2009.12.0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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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에서 하나를 덜거나 여덟에 하나를 더한 수

아홉, 수

만약 불리한 아홉 가지의 매력과

한 가지 유리한 재앙이 있다면

무엇을 덜거나

무엇을 더해야 할까,

죽음이 여기서의 끝이고

저기로의 이동이라면

닿아 있는 시간과

닿아야 할 곳의 時差를 환산할 수 있을까

時差를 두고 사라진 음악가들

아홉 편의 교향곡을 작곡한

첫 작품에 0번을 매겼어도 소용없었다는

아홉, 수

다가오는 절기를 열면

나무에 아홉 프랙탈의 눈송이

눈송이에 아홉 소울 파트의 호흡

호흡에 아홉 뭉치의 안개

안개에 아홉 마리의 새

새에게 아홉 채도의 깃털

깃털에게 아홉 지명의 바람

바람에게 아홉 가지 기분

그리고 한 點.

● 누군가 깊은 밤 전화를 걸어 한 코미디언의 죽음이 코앞에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하더군요. 또 그의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미리 물어보더군요. 그 말을 듣고 나는 그의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올해는 아홉 수의 해였나 봅니다. 저는 죽음에 대해서는 한번도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죽음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만 생각했습니다. 사랑을 사랑하고 흉내를 흉내내고 절망을 절망하는 것처럼 그저 생각을 생각했습니다. 올 한 해 한번도 제대로 죽음에 대해서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2009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소원했습니다. 이제 12월이 되었고, 이제야 간신히 죽은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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