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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엘라의 계곡'

입력
2009.12.0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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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파병됐다가 돌아온 아들이 병영에서 사라진다. 탈영한 것 같다는 말에 아버지는 직접 아들을 찾아나선다. 하지만, 아들은 끔찍하게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엘라의 계곡'은 아들의 죽음을 파헤치는 아버지의 슬픔과 분노를 통해 전쟁의 비인간성과 그런 전장에 청년들을 내보내는 국가를 규탄하는 영화다. 2003년 이라크전 참전 후 귀국했다가 살해된 병사 리처드 데이비스의 충격적 실화가 바탕이 됐다.

행크(토미 리 존스)는 오랜 군 복무를 자랑스러워하는 퇴역 군인이다. 아들의 실종 소식을 듣고 부대로 가던 도중 길가에 거꾸로 매달린 성조기를 보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바로 걸고 갈 만큼 애국심이 강한 사람이다. 그는 아들의 이라크전 전우들을 하나하나 만나 이라크에서, 또 돌아와서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적한다.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오리무중 같던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그가 굳게 믿었던 세계는 발 아래로 꺼진다. 그는 아들이 이라크에서 마지막 소포로 부쳐온 성조기를 거꾸로 건다. 그리고 밤에도 내리지 못하게 깃발 끈과 깃대를 테이프로 친친 감는다. 상하가 뒤집힌 채 흔들리는 국기는 곤경에 처했으니 구해달라는 국제 조난 신호다.

이 영화는 참전 군인들이 흔히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전면에 부각시킨다. "순진한 젊은이를 이라크에 보내면 안돼요. 그곳은 생지옥이죠" "지옥에 적응하려면 괴물이 되어야 해요" 같은 아들의 전우들의 말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요약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행크 역의 토미 리 존스는 단 한번도 소리내어 울지 않지만 깊은 슬픔의 연기로 가슴을 저미게 한다. 행크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 역의 샤를리즈 테론, 행크의 아내로 나오는 수전 서랜든 역시 훌륭한 연기란 어떤 것인지 유감없이 보여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한 2004년 화제작 '밀리언달러 베이비'의 각본을 썼고, 첫 연출작 '크래쉬'로 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했던 폴 해기스 감독의 작품이다. 제목 '엘라의 계곡'은 구약성서에서 다윗과 골리앗이 싸운 장소를 가리킨다.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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