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일본 도쿄 고토구의 해변 쇼핑몰 라라포트 도요스. 옛 이시가와지마 하리마 중공업(IHI) 조선(造船) 도크 부지에 위치한 이곳은 평일 낮 시간인데도 인파가 넘쳤다.
그 중 수상버스 터미널로도 쓰이는 쇼핑몰 앞마당은 바다의 경치를 감상하는 나들이객과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함께 나온 주부들로 유난히 생기가 돌았다. 도쿄만과 맞닿아 있는 소위 '시사이드(Seaside) 쇼핑몰'의 강점이 십분 발휘된 셈이다.
단순한 소비 공간을 넘어 하나의 문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시사이드 몰은 최근 유통업계가 크게 주목하는 업태. 특히 이제 일본 등 유통 선진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시사이드 몰을 접할 수 있게 돼 의미가 깊다.
이달 17일 부산 중구 중앙동 옛 부산시청사 부지에 들어서는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국내 첫 시사이드 백화점으로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개장을 보름 여 앞둔 마무리 작업 현장은 앞서 둘러 본 일본 쇼핑 명소들의 장점만 집약해 놓은 듯한 인상을 풍겼다.
자연과 만난 감성 쇼핑몰
시사이드 몰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 친화다. 쇼핑과 더불어 바다와 도시를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밈으로써 고객에게 자연의 편안함을 제공한다는 이야기다.
연면적 11만7,970㎡(약 3만5,686평) 규모로 들어설 롯데백화점 광복점의 자랑거리는 역시 12층 전망대였다. 직접 올라 보니 부산 앞바다와 맞은편의 영도는 물론, 시내에 있는 용두산 공원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일본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일본 최고층 빌딩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높이 296m) 전망대 못지 않은 빼어난 경관으로, 관광명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백화점 오픈을 시작으로 롯데그룹은 2012년 롯데마트(1만3,223㎡)와 롯데시네마, 2014년에는 지하 6층, 지상 108층의 초고층 타워동을 완공해 연면적 60만664㎡에 달하는 '부산 롯데타운'을 완성한다는 목표다.
국제교류의 장을 열다
부산 롯데타운의 건립에는 롯데그룹뿐 아니라 부산시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부산시청이 있던 원도심이었으나 슬럼화하고 있는 광복동 일대를 부산시의 랜드마크로 되살릴 기회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그룹이 14년에 걸쳐 추진하는 롯데타운 프로젝트는 부산시의 국제적 해양 관광ㆍ산업 단지 프로젝트인 '북항 및 신항 재개발'의 핵심이다.
가나가와현과 요코하마 지역경제인들이 공동 출자해 2개의 도심으로 나뉘어 있던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 지구를 경제 중심지로 살려낸 '미나토미라이21' 프로젝트와 꼭 닮은 꼴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부산시 관계자들과 더불어 광복동 인근의 중소 상인들까지도 롯데타운 사업을 반기는 분위기다.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하는 쇼핑몰
도쿄의 롯본기 미드타운, 라라포트 도요스 등 설립 2~3년 새에 명소로 부상한 일본의 쇼핑몰들은 하나 같이 지역 커뮤니티를 고려한 감성적인 서비스를 담고 있었다.
미국의 SOM사가 설계한 도쿄 미드타운 내부에는 산토리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개발 부지 면적의 40%를 공원으로 꾸민 것도 특징이다. 라라포트 도요스에는 19세기 영국에서 제작된 대형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돼 있어 하루에 한두 차례씩 전문 연주자의 연주도 들을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 놀이 공간 '키자니아'도 들어서 있다.
부산 롯데타운도 이에 뒤지지 않는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설계는 도쿄 미드타운과 우리나라의 타워팰리스를 설계한 미국 SOM사가 맡았다. 화려한 야경을 위해 백화점 건물의 외관은 약 80억원을 들여 LED 조명으로 감쌌다.
지역 주민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롯데타운 대지 면적의 약 20%는 녹지로 꾸밀 예정이다. 내년에 오픈할 플라자동 중앙에서는 16m 수조에서 폭 8m, 높이 15m의 물기둥과 레이저가 교차하는 무료 공연 '아쿠아틱 쇼'를 선보인다. 17일에 있을 롯데백화점 광복점 개장이 단순한 지점 확대 차원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도쿄ㆍ부산=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