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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대통령의 설득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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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대통령의 설득 전략

입력
2009.12.0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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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의 대화'다음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의 조사에서 세종시 원안 수정에 공감한다는 답이 51.1%로 나왔다. 공감하지 않은 응답자보다 10% 가까이 많다. 특히 대화 뒤에 수정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는 응답자가 22.9% 나 된다. 이 결과만 보면, 대통령은 여론 설득에 상당히 성과를 거뒀다.

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의 조사결과는 다르다. 원안 수정에 공감한 응답자는 39.8%,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이 52.5%이다. 흥미로운 것은'대화'를 시청한 응답자는 50%가 공감한 데 비해, TV를 보지 않은 사람은 29.9%만 공감한다고 답한 사실이다.

국민 감성에 호소한 대화

두 여론조사 결과가 어긋나는 원인을 헤아릴 재주는 없다. 그보다는 야당이'대통령 자신과의 대화'라고 폄하한 대화가 나름대로 설득 효과를 거둔 연유를 짚어보는 게 좋겠다. 대통령이 새로 제시한 논거가 별로 없는데도 여론이 움직인 것을 주목해서다.

이 대통령은 무욕과 소명을 유난히 강조했다. 국가 리더십에 아주 어울리는 덕목과 표현은 아니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가 애초 엄밀한 과학적 사실보다는 정치적 이해와 국민 정서가 지배하는 사안임을 간파한 설득 전략으로 비친다. 국민 감성 또는 정서에 호소하면서, 구체적 논란은 민관합동위원회에 넘기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세종시는 행정수도 논란 때부터 국토균형발전 명분과 경쟁력 약화, 행정 비효율 논리 등이 맞서고 있다. 이런 명분과 논리 다툼은 본질적으로 시비를 엄정하게 가릴 수 없는 성격이다. 저마다 이치에 닿는 주장이고, 정치와 국민의 의지로 선택할 일이다. 두 차례 헌법재판소가 승부를 판정한 것은 정치와 국민이 합리적 토론으로 해결하지 못한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든 계획이 수정될 여지 또는 틈새가 남았다.'대통령과의 대화'결과에 비춰, 약속과 신뢰를 지키라고 외치는 이들이 끝내 정부와 국민의 다른 선택을 막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어느 인터넷 언론은"언론의 우호적 보도가 공감도를 끌어올렸다"고 진단했다. TV 방송 6곳인지 36곳인지가 동시 중계해 채널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비난처럼 허망하게 들린다.

이 대통령은 4대강 문제에는 나름대로 역사적 증거와 과학적 자료를 앞세운 설득 전략을 구사했다. 국민의 정부시절 42조원이 드는 수해방지대책을 세웠고, 참여정부는 87조원 예산의 국가방재시스템 구축을 계획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야당은 방재시스템 계획은 4대강 사업과 아주 다르다며 대통령이 사실을 왜곡한다고 비난한다. 무리하게 비교한 구석이 분명 있으나, 훨씬 적은 돈으로 큰 일을 한다는 인상을 준 느낌이다.

동아시아연구원 조사는 4대강 문제를 묻지 않았는지 언론에 언급이 없다. 동아일보 조사에서는 '계획대로 추진'26.9% 에'규모 축소'36.2%, '지금이라도 중단'30.1%로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함부로 해석하면 안되지만, 여기도 여론 흐름이 변하는 조짐이 있는 듯하다.

좋은 정치, 나쁜 정치

믿지 못할 여론조사 결과를 끌어대 대통령을 편든다고 욕할 것이다. 나는행정수도 구상과 4대강 사업의 기본 취지에 찬성한다. 다만 이 것을 마치 노무현과 이명박의 구세(救世) 이데올로기처럼 떠받들거나, 후세에 재앙을 안길 악마의 구상인양 매도하는 것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짓이라고 본다.

세종시는 이해를 타협하는 선택으로, 4대강은 과학적 사실에 입각한 토론으로 해결할 일이다. 그러나 전문학자들까지'악마화'에 매달리는 바람에사회 전체가 미망(迷妄) 속을 헤매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감성적 설득 전략을 동원한다고 비난하는 건 우습다. 원래 사실 또는 당위와 국민 정서를 잘 중재하는 것이 좋은 정치, 성공한 정치인이다. 국민 설득 싸움에 지면 나쁜 정치, 실패한 정치인이 된다. 모두가 새겨 둘 일이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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