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고 졸업반인 이숙정(18ㆍ여)은 황영조의 '천재성'과 이봉주의 '성실성'을 모두 닮았다는 칭찬을 자주 듣는다. 황규훈 대한육상경기연맹 부회장은 "한마디로 아주 좋은 재목이다. 몇 년 뒤에는 마라톤에서 '사고'를 칠 것"이라고 장담했다.
지난 22~28일 열린 제55회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에 서울대표로 출전한 이숙정은 총 5차례 레이스에서 2위, 1위, 3위, 1위, 1위를 기록했다. 5차례 가운데 3차례는 소구간 신기록이었다. 실업팀 선배들과의 경쟁 속에서 거둔 기록이기에 더욱 값지다.
여자 마라토너로서는 이상적인 166㎝ 47㎏의 체격을 갖춘 이숙정은 올해 전국체전 1,500m와 5,000m에서 정상에 올랐다. 여자 고교랭킹 1위다운 성적이었다. 이숙정을 지도하고 있는 조영두 코치는 "스피드, 근성, 성실성은 타고난 선수"라며 "강한 체력만 만들면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숙정은 대학 대신 실업을 택했다. 이숙정은 조만간 삼성전자 육상단에 합류한다. 이숙정은 "역전 마라톤대회에서 실업팀 언니들과 뛰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체력, 경기운영 등 배워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숙정의 '1차 목표'는 1년9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5,000m와 1만m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것. 이숙정은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닐 것"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5,000m와 1만m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숙정의 '최종목표'는 2012년 런던올림픽 마라톤 메달이다. 이숙정은 내년 후반기쯤 하프코스(21.0975㎞)에 출전해서 본격적인 '마라토너 수업'을 받을 예정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교내 체육대회에서 지도교사의 눈에 띄었던 게 육상 입문의 계기가 됐다는 이숙정. 올해로 스파이크를 신은 지 8년째지만 한눈 한 번 판 적 없는 천생 마라토너다.
"황영조, 이봉주 선배님이랑 비교되는 것은 과분한 것 같아요. 하지만 마라톤으로 세계에 제 이름을 알려보고 싶은 욕심은 있습니다. 세계대회와 올림픽에서 꼭 메달 딸 거예요." 수줍음 많은 18세 소녀의 말끝에 힘이 실렸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