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복의 계절이 왔다. 새내기 직장인이 부모님 선물 1호(보통 입사시즌이 가을 겨울이라)로 손꼽지만 정작 본인은 손사래를 친다. 추위는 젊음의 패기로 녹일 수 있으나 폼 망가지는 건 참을 수 없다는 게 속내다.
내복이 자신의 딱한 처지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해마다 진화를 거듭한다. 제발 좀 입어달라고 하소연하듯. 올 겨울엔 우리의 몸을 녀석에게 허락해보자. 따뜻함은 기본이고 덤으로 당신의 바람 따라 갖가지를 선사한단다.
옷맵시와 미니스커트를 포기할 수 없다면
겉옷 안에 고이 숨어있어야 할 내복 자락이 가끔 바깥구경을 하면 창피하다. 젊은 층이 내복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다. 스타킹처럼 신축성이 좋은 소재를 사용해 몸에 감기듯 달라붙는 내복을 고르면 된다. 무게도 가벼워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다.
비비안의 여성 내복 '바디핏'(body fit)이 대표적이다. 각 부분에 주름이 없어 매끈한 맵시를 살릴 수 있고, 잘 늘어나고 줄어드는 원단 덕에 활동도 편하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여성용은 상의 5만원, 하의 4만8,000원, 남성용은 각각 6만원이다. 트라이엄프는 복부 부분이 특히 강하게 밀착되는 내복(9만3,000원)을 선보였다. 군살까지 가릴 수 있다는 얘기다.
겨울에도 치마나 반팔 티를 즐겨 입는 여성을 위한 내복도 있다. 짧은 길이의 3부 내복을 입으면 미니스커트로 멋을 내도 감쪽같다. 스커트 아래로 스며들어오는 찬 공기도 막을 수 있다. 반팔 길이의 내복은 반소매 니트 안에 입으면 안성맞춤이다. 팔꿈치와 무릎을 조금 넘는 길이의 7부 내복도 있다. 원단이 덜 들어가니 가격도 그만큼 싸다. BYC는 1만원 대, 비비안은 2만~3만원.
발열내복도 있다. 스스로 열을 내는 원단(땀과 마찰에 의한 발열 혹은 몸의 수증기를 흡수해 발열)이라 한층 따뜻하지만 보통 내복 소재보다 얇기 때문에 역시 옷맵시를 망칠 염려가 없다.
피부가 거부한다면
민감한 이들은 내복을 입으면 살갗이 가렵거나 따갑다. 몸 전체에 걸쳐 착용하는 아이템이라 한번 입으면 불편이 이만저만 아닌데, 대안은 있다. 가격은 비싸지만 천연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내복이 그렇다.
심해(深海)의 해조류를 가공한 시셀 섬유로 만든 내복(비비안 9만원 대)은 미네랄 비타민 아미노산을 머금은 해조류의 특성 덕에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고, 알레르기에 의한 피부자극이나 질환을 줄여준다는 게 업체 설명. 비비안엔 보습이 뛰어난 우유 성분의 원사로 짠 남성 내복(9만9,000원), 균을 막고 냄새를 없애는 숯 성분이 들어간 여성 내복(8만7,000원)도 있다.
BYC는 피부에 좋은 녹차 향을 원사에 가공한 여성 내복(3만6,000원)과 원적외선을 방출해 항균방취 기능이 뛰어난 황토로 가공한 여성 내복(4만8,000원)을 출시했다.
속옷도 패션이라고 여긴다면
올 겨울 여성 내복은 더없이 화사해졌다. 다양한 꽃무늬와 와인 레드(red) 등 강렬한 색상이 눈에 띈다. 부분부분을 얇게 처리해 속살이 살짝 비치는 '번 아웃'(burn out) 스타일도 예전보다 대담해지고 화려해졌다.
번 아웃 스타일의 커다란 꽃무늬 패턴이 화려한 와코루(6만6,000원), 검정 상의 원단에 꽃을 인쇄한 엘르이너웨어(3만8,000원), 짙은 와인 색 원단에 꽃을 섬세하게 가득 그려 넣은 비비안(8만4,000원) 등이 있다.
우연실 비비안 디자인 실장은 "입을 때 불편하지 않도록 얇지만 따뜻하게 느껴지는 원단을 사용하고, 길이는 제 각각이며, 디자인이나 색상은 겉옷만큼 화려해진 게 최근 내복의 특징"이라고 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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