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사태가 터진 지 닷새 째. 초기의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 세계금융시장은 급속한 안정세를 되찾는 모습이다.
30일 코스피지수는 지난주 금요일 급락(4.69%)을 절반 가량(2.04%) 만회했고, 중국(3.20%) 일본(2.91%) 호주(2.80%) 대만(1.22%)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큰 폭으로 상승 반전했다.
우리 정부도 이날 가진 두바이 사태 점검 회의에서 "두바이 사태가 단기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정말 이젠 세계경제가 두바이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봐도 좋은 걸까. 경제 전문가 5인을 통해 향후 전망을 짚어봤다.
더 이상의 패닉은 없다
두바이 쇼크의 향후 전개 양상에 대해 전문가들의 진단은 대체로 비슷했다. 단기 진폭은 있겠지만, 큰 흐름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봐도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아부다비의 대응 여부에 달려있겠지만 결국엔 어떤 식으로든 지원은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단기적으로는 출렁거림이 있더라도 길게 보면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중간 중간 요동을 치더라도 더 이상 패닉 상태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이 이런 진단을 내놓는 데는 이번 두바이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라더스 사태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부채 규모(800억달러)는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파생상품이 뒤얽혔던 리먼 때와 달리 구조 자체가 상당히 단순하며, 은행들의 손실 흡수 능력도 한층 개선됐다는 것.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리먼 때는 바닥이 어딘지 모르는 공포가 일방적인 위험회피현상을 낳았지만 두바이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단순하다"고 했다.
방심은 금물이다
전문가들은 그래도 최악의 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주문한다. 비록 가능성은 낮지만, 이번 두바이 쇼크가 여러 경로를 통해 세계경제, 그리고 한국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선 두바이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개발도상국에서 터진 첫 위기 사례라는데 주목한다. 송태성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흥국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면서 그간 신흥국에 대거 유입된 달러 자금이 일시에 이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약한 고리'로 지목돼 온 동유럽 부실 문제와 맞물리는 경우 사태는 최악으로 번질 수 있다.
임경묵 연구위원은 "최악의 상황은 가뜩이나 두바이에 많이 물린 유럽은행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이것이 동유럽 자금 회수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동유럽 부채 규모는 두바이와는 비교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파장이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경우 신흥국의 범주에 속하는 한국도 안전지대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진단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동유럽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금융 부실, 중동의 건축 버블, 그리고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부실 등 위기가 만든 지뢰들을 내년 상반기까지 어떻게 제거해 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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