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성지(聖地) 중 한 곳인 바실리카 성당으로 가는 길은 따로 물을 필요가 없었다. 멕시코 전역에서 몰려온 신자들의 행렬을 쫓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앞에는 흰 머리를 묶고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힘겹게 발짝을 떼고 있었다. 솔기가 뜯긴 남루한 옷차림이었지만 깨끗했다. 그녀는 가난했고 낫기 힘든 병에 걸려 있는 듯했다.
꽃들로 화려하게 장식된 들것도 몇 개나 성당에서 실려 나왔다. 장례식에 쓰이는 물건 같았다. 데이트 코스로 온 젊은 연인들과 갓 태어난 아기의 축원을 빌러 온 부부 등 수많은 인파 속에 단지 관광객의 주머니를 노리고 온 이들도 섞여 있었을 것이다. 누구든 넉넉해 보이는 이들은 없었다. 너무도 가난해서 차비가 없는 이들은 12월 12일 성모 발현 축일을 앞두고 몇 개월에 걸쳐 이곳까지 걸어온다고 한다. 이곳에는 눈물을 흘리는 마리아가 있다.
1531년 멕시코 원주민인 후안 디에고 앞에 성모가 나타났다. 성모를 봤다는 그의 말을 곧이 듣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결국 성모는 디에고의 옷 앞자락에 그림으로 역사한다. 이 기적에 수많은 멕시코 원주민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했고 지금은 전 국민의 90퍼센트 이상이 가톨릭 교도이다. 주름투성이의 한 노인이 마리아의 발에 손을 댄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랐던 것이 언제였던가. 금방 떠오르지 않았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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