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젯밤 TV로 전국에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세종시 원안 수정과 4대강 사업 등 최근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한 국정현안들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특히 세종시 원안 추진을 수정하게 된 배경을 소개하면서 국민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 세종시 추진에 어정쩡한 입장이었지만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말이 바뀌게 되더라"고 털어놓으면서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고 후회스럽기도 하다"는 말도 했다.
세종시 계획은 오랫동안 정치권의 논란과 국민적 토론을 거쳐 관련법이 만들어져 추진돼 왔고,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원안 추진을 철석같이 공약했던 사안이다. 그런 만큼 이 대통령의 이 같은 고백과 사과가 충청도민들을 비롯 일반 국민들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졌는지는 당장 가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단순한 유감표명 수준을 넘어 죄송하다는 표현까지 동원해 가며 사과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만하다. 행정수도의 분할이 불러올 비효율이나 수정된 세종시의 자족기능 강화에 대한 설명도 상당히 구체성을 띠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려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와 무관하게 차기 정부와 국가의 백년대계 차원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또 하나의 쟁점 현안인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수자원 확보와 수해방지 차원에서 불가피성을 피력했다. 이런 설명이 두 쟁점현안에 대한 논란과 갈등을 해소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두 쟁점현안에 대한 정치적 순수성 강조에도 불구하고 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완화라는 대의, 그리고 충분한 검토와 절차를 통한 4대강 사업 추진 반론에 충분한 답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를 과학기술 중심도시로 키워나가는 것과는 별개로 기존의 혁신도시를 예정대로 추진하며 다른 지역에 대한 역차별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타 지역의 불안과 의구심이 쉽게 가라앉을지 미지수다. '국민과의 대화' 이후 여론의 향배가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열린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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