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10월 시 장원에 문지호(언주중ㆍ필명 '누')군의 '네 명의 사람이 서사를 노래하고 있었다'가 뽑혔다. 비평ㆍ감상글에서는 선정문(안양예고ㆍ필명 '바슬바슬')군의 '세상을 구하는 방법', 생활글에서는 정우미(안양고ㆍ필명 '태백산맥 울림')양의 '나는 옳은 길을 가고 있을까'가 각각 장원으로 선정됐다. 이야기글 부문은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당선작은 '문장' 홈페이지(www.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네 명의 사람이 서사를 노래하고 있었다.
문지호(필명 '누')
첫번째 나는 공중정원의 악사.
그는 밀밭 위의 갈까마귀.
목마른 남자 위를 반경 5m로 맴돌며,
휘청거리는 그의 귓볼을 물어뜯었지.
발갛게 적셔든 밀은 꺾여져 지푸라기가 되었어.
그는 정말 우월해.
가장 높은 곳에서 그의 목을 매달았어.
떨궈진 그의 얼굴이 쓰러진 남자를 내려다보았지.
두번째 나는 마리오네트 장인.
그는 고결하게 천박했어.
창백한 마리오네트를 은화 두 닢에 팔아,
한 닢으로 돼지고기를 먹었지.
남은 은닢은 녹여 인형의 눈이 되었어.
그는 물을 마시지 않아.
그가 마시는 것은 묽은 놋쇠였지.
그는 항상 목이 말라 있었어.
세번째 나는 독실한 청교도.
그는 부지런하지만 고지식했어.
그는 모든 재산으로 노예를 샀어.
노예들을 채찍질해 성을 지었지.
그는 구원받을 수 있었어.
그의 모든 돈은 정당했으니까.
하지만 그의 모든 재산이 검은 반점에 뒤덮였을 때,
그는 모든 노예들을 태워버렸지.
빈털털이가 된 그는 성안에 홀로 남았어.
네번째 나는 가련한 공주.
그녀는 목각인형 마냥 말라있었어.
어느 남자의 입술을 혀로 핥자,
그녀는 검은 관 속에 잠들어버렸지.
그녀의 하얀 피부는 발갛게 피고 있었어.
몇년 후 마녀가 그녀를 살려 관을 열었을 때,
그녀는 마녀를 찌르고 독사과를 뺏어먹었지.
그 사과는 선악과였어.
■ 심사평
'네 명의 사람이 서사를 노래하고 있었다'는 동화적 상상력의 힘이 입체적으로 시를 읽도록 합니다. 상상력이 뻗어나가는 궤도가 우리의 식상한 일상과 견주어 전혀 다른 곳으로 전개되어가고 있다는 점이 이 시의 묘한 분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하려는 바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미지를 따라가다보면 새로운 시의 도래를 예감할 수 있습니다.
김경주ㆍ시인
*한국일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은 '2009 문장청소년문학상 연중 온라인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문학관 글틴(http://teen.munjang.or.kr) '쓰면서 뒹글' 게시판에 시, 이야기글, 비평ㆍ감상글, 생활글을 올리면 됩니다. 문학에 관심있는 청소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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