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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와 경영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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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와 경영의 차이

입력
2009.11.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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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수님께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똑같은 논문을 경제학과와 경영학과에서 발표해 보면 반응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다. 경제학과 교수님들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앉아있어 미리부터 위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발표 뒤에는 논문의 이러 저러한 곳이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반대로 경영학과 교수님들의 반응은 아주 긍정적이고 호의적이다. 논문 제목만 보고도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발표 뒤에는 칭찬도 많이 나온다고 한다.

국가 운영은 실패하면 안돼

이런 관찰이 맞는지 아닌지는 증명된 바는 없다. 다만 경제학자들이 어떤 주장에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자세를 많이 취하는 반면 경영학자들은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 같다.

비판적 태도와 희망적 태도는 사실 모두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성공할 확률은 대부분 낮다. 솔직히 확률이 높았다면 이미 누군가 시도했을 것이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자체가 무엇인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리 꼼꼼히 따져보는 교육을 받은 경제학자들은 성공 확률이 낮은 새로운 시도를 비판적으로 보게 된다. 이런 시각의 문제는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대로 경영학자들처럼 매사를 희망적으로 보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당연히 많은 실패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아홉 번을 실패하고 마지막 한 번을 성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견 비슷할 것 같은 경제학과 경영학의 학풍은 왜 이렇게 다른 것일까? 경제학은 주로 국가 운영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임에 비하여, 경영학은 주로 기업의 운영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국가 운영은 성공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융위기 같은 실패를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기업은 오히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공을 목표로 나아가는 추진력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국가 운영이 실패를 방지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하는 이유는 물론 국가라는 조직의 크기가 기업들과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가 운영이 실패할 경우 그 영향은 너무도 치명적이다. 또 자신들의 돈을 투자해서 실패할 경우 자신이 손해를 보는 민간 기업들과 달리, 정부는 국민의 위탁을 받아서 국민의 돈으로 운영과 투자를 한다. 따라서 정부의 의사결정권자들은 민간기업의 의사결정권자들에 비하여 방만해지기 쉽다.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은 정치인들이라는 것도 문제이다. 정치인들은 평생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고 임기가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임기 이후에 대한 걱정이나 배려가 부족하다. 단기적으로는 국가에 이익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에 불리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세종시 원안 추진을 공약한 것을 후회한다고 사과한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두바이 사태가 어떤 결말에 이를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하지만 CEO형의 지도자가 야심 차게 추진한 두바이의 급속한 발전이 큰 벽에 부딪힌 것은 사실이다. 한 국가를 기업처럼 운영하다가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국책 사업은 신중함 지켜야

이 대통령도 기업 경영자 출신이다. 효율적이고 신속한 기업에 비하여 국가 조직은 추진이 더디고 여론의 비판에 따라 계획이 좌초되기도 하니 답답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국가 조직의 특성은 관료제의 문제일수도 있지만, 기업과는 당연히 달리 운영되어야 하는 국가의 특성이기도 하다. 경영적 마인드를 가진 국가 지도자의 효율성과 추진력을 살리면서도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경제적인 신중함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바란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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