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것인가, 아니면 글로벌 더블딥의 신호탄이 될까.
회복을 향해 순항하던 세계경제가 '두바이발(發) 악재'에 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늘 불안해 보였고 위험 요인중 하나로 지목되긴 했지만, 두바이가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으로까지 곤두박질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세계금융시장은 그 파괴력에 대한 공포감으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26일(현지시간) "두바이 사태로 새로운 위기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 도미노 파장 일까
이번 두바이 쇼크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유럽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유럽은행들이 두바이에 물려있는 채권은 최대 400억달러(4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이중 절반만 손해를 보더라도, 유럽은행들이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이 5% 가량 늘어난다는 것. 가뜩이나 더딘 회복세를 보이던 유럽 주요국들의 경제에 상당한 충격일 수밖에 없다.
특히 바클레이즈, 도이체방크, BNP파리바, ING그룹, HSBC 등 유럽 주요 금융기관들이 대부분 관여된 것으로 전해져, 파장은 매우 광범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3% 이상 급락한 것도 이런 공포감이 반영된 결과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건, 아시아 등 다른 지역에 미칠 연쇄 파장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악의 가정이지만 유럽 주요 금융기관들이 이번 쇼크로 타 지역 대출 회수에 나선다면 한국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도 고스란히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불안심리는 인근 중동지역으로도 전이될 조짐이다. 국가(정부) 위험도를 보여주는 두바이의 크레딧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은 24일 318bp(1bp=0.01%포인트) 25일 440bp, 모라토리엄 소식이 전해진 26일엔 무려 541bp까지 치솟았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상승세인데, 두바이정부 뿐 아니라 아부다비정부, 바레인, 카타르 등의 신용위험도가 함께 올라갔다는 것은 걸프 지역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우디아라비아투자청 보유은행이 달러채권 발행을 유예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 이것이 끝일까
두바이의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두바이의 문제로 끝날 것이란 주장과 전세계 파급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함께 대두되고 있지만, 그래도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좀더 우세하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가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했던 것은 파생상품이 얽히고 설켜 그 실체를 누구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인데, 두바이의 부실은 비교적 심플한 구조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두바이 쇼크의 규모도 상당하긴 하지만, 그래도 복잡하게 엇물린 금융상품들이 없다면 수습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작년과 같은 커다란 파괴력을 지닌다기 보다는 글로벌 경기회복을 일부 지연시키는 수준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두바이의 파장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두바이는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많은 위험요인 중 하나였을 뿐, 세계경제가 완전한 회복을 하기까지는 곳곳이 지뢰밭이다.
두바이 외에도 아일랜드, 그리스, 헝가리, 아이슬랜드, 우크라이나 등 지금 빚 상환 압박에 시달리는 국가들이 적지 않은 상황. 특히 동유럽 국가들은 전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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