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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생태가 살아난다] <13·끝> 조종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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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생태가 살아난다] <13·끝> 조종천

입력
2009.11.2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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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달랐다. 수심이 1m 가까이 됐지만 속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모래 속에 섞인 좁쌀 같은 이물질이 또렷이 보일 정도였다. 언뜻 보기에 매우 거칠었지만 도심 속을 관통하는 인공하천과는 확실히 급이 달랐다. 온갖 희귀 물고기가 모이는 보고이자 토종 야생화와 곤충을 볼 수 있는 수도권 최고의 청정하천, 바로 조종천이다.

● 토종어류 전시장

비포장도로를 따라 조종천 하류인 가평군 상명 항사리로 이동하던 중 족대로 고기를 잡고 있는 주민들을 만났다. 한 명이 막대기를 지레 삼아 바위를 들어올리고 기다리고 있던 다른 두 명이 족대로 바위 주변을 그물질했다. 3~4번 물 속을 훑으면 한두 마리씩 고기가 붙잡혔다. 금세 10마리가 넘었다. "모두 1급수에 사는 토종 놈들이야. 다른 데선 이놈들 보기 쉽지 않을 거야." 한 주민이 고기를 넣어둔 플라스틱 통을 보여줬다. 잉어와 붕어 피라미 대신 쉬리와 꺽지 퉁가리 모래무지 등 토종어류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쉬리의 몸이 까맣다. 평소 색동옷을 입은 듯한 쉬리의 아름다운 몸 색깔과는 다른 모습이다. 30년간 민물고기를 연구해온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의 이완옥(52) 박사가 이유를 설명한다. "강바닥 색깔에 맞춰 몸 색깔을 바꾼 겁니다. 일종의 보호색으로 생존기법이라고 할 수 있죠."

색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물고기는 또 있다. 카멜레온 물고기라 불리는 꺽지도 그물 속에 들어오더니 겁을 먹은 듯 까맣게 변했다. 물고기 이야기가 오가던 중 가평에 30년 동안 살았다는 박용수(61)씨가 어름치 이야기를 꺼낸다.

"2001년쯤 사라진 어름치가 재작년에 다시 돌아왔어." 맑은 물에만 산다는 어름치는 천연기념물 259호로 조종천 수질을 상징하는 대표 어종이다.

● 지금도 반딧불이 천국

조종천은 예나 지금이나 반딧불이 천국이다. 여름에는 몸집이 작은 애반딧불이가, 가을에는 늦반딧불이가 조종천의 밤을 밝힌다. 반딧불이 애벌레는 하천청소부라 불리는 다슬기를 먹기 때문에 반딧불이가 많은 하천은 수질이 양호하다. 다슬기는 물속 흙 바닥을 기어 다니며 유기물을 먹고 살기 때문에 하천정화를 위해 일부러 방사되는 경우도 있다.

조종천 중류 지역인 가평군 하면 대보리 부근 평지에 다다르자 계곡 주변에는 안 보이던 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설치한 보 상류 방향 물 속을 왜가리와 검둥오리가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 보 상류는 하류에 비해 물 흐름이 느려 물고기가 눈에 잘 띄고 수온도 높기 때문에 사냥터로는 제격이다.

조종천은 새들의 안식처로만 머물지 않는다. 주변 산세가 험하다 보니 하천과 산은 자연스럽게 생태 축이 연결돼 있다. 고라니와 멧돼지 너구리 오소리 삵 노루 수달이 조종천을 찾고 최근엔 날다람쥐도 포착됐다. 야행성인 포유류를 대낮에 발견하기는 쉽지 않지만 운 좋게 한 놈이 눈에 띄었다.

모래톱에 앉아 있는 흰죽지 무리를 촬영하기 위해 조종천 지류인 상동천 부근 갈대 숲에 접근하던 사진기자가 뒤로 물러섰다. 고라니 한 마리가 갈대 숲 속에서 미동도 없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으려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 상류 쪽으로 날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 20년 가까이 1급수 유지

가평군은 면적이 서울의 1.4배나 되지만 인구는 고작 6만여명에 불과하다. 산지가 84%에 이르고 각종 개발제한 규제로 건강한 생태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조종천은 가평을 관통하는 길이 39㎞의 한강 지천으로 가평군 하면 상판리에서 발원해 하류에서 북한강과 합류한다. 신라와 고려시대 문헌에도 군 이름이 '조종'으로 기록돼 있다. 대동여지도에도 이 하천이 잘 나타나 있다.

한때 위기도 있었다. 1980년대 들어서 군 부대와 재래시장, 축사 등에서 나온 하수가 여과 없이 흘러 들었고, 조종천 상류에 큰 도로가 나면서 생태계가 무너졌다. 하지만 하수종말처리장과 소규모 하수처리장이 설치되고 하수관거정비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예전 명성을 회복했다.

지금도 조종천 양안에는 유원지와 펜션이 즐비하지만 철저한 관리 덕분에 20년 가까이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1ppm 이하의 1급수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사진=조영호기자 voldo@hk.co.kr

■ 개발 규제가 멸종위기 어류에 선사한 안식처

조종천은 전문가들과 어류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토종 민물고기의 보고다. 일반 지천에는 30여종 안팎의 어류가 발견되지만 조종천에는 50여종의 물고기가 모여있다.

조종천에는 천연기념물 259호인 어름치와 190호인 황쏘가리가 발견되고 있다. 어름치는 남한강에서, 황쏘가리는 북한강 평화의댐 근처에서만 주로 서식하고 있다. 또 멸종위기Ⅱ급 어류인 묵납자루와 가는돌고기, 둑중개, 꾸구리, 돌상어 등 5종도 조종천의 식구다. 우리나라 멸종위기Ⅱ급 어류 12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이 곳에 서식하는 셈이다. 쉬리를 포함한 토종 어류도 20여종이나 서식하고 있다.

이완옥(52) 박사는 "조종천 일부 지점에서는 한꺼번에 20여종의 물고기가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 중 고유어종이 절반이나 된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토종어류가 많이 발견되는 곳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어류가 다양하고 풍부한 이유는 조종천 물줄기 주변에 평지에서 계곡까지 다양한 지형이 형성돼 있어 지형특성에 맞는 어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종천이 관통하는 가평군 일대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여 산업단지와 대학 등 대규모 시설 건립이 불가능한 것도 조종천 생물들에게는 축복이다. 이 박사는 "조종천을 포함한 북한강 상류 일대는 우리나라 민물고기의 보물창고 같은 곳으로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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