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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낙화,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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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낙화, 첫사랑

입력
2009.11.2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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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대가 아찔한 절벽 끝에서

바람의 얼굴로 서성인다면 그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옷깃 부둥키며 수선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내 사랑의 몫으로

그대의 뒷모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손 내밀지 않고 그대를 다 가지겠습니다

2.

아주 조금만 먼저 바닥에 닿겠습니다

가장 낮게 엎드린 처마를 끌고

추락하는 그대의 속도를 앞지르겠습니다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

그대보다 먼저 바닥에 닿아

강보에 아기를 받듯 온몸으로 나를 받겠습니다

지난 11월의 어느 밤, 자정 가까울 무렵이었어요. 커피를 들고 안개들이 모여드는 광장에 서 있었습니다. 필시 안개들이 모일 때도 서걱서걱이라거나 바스락바스락이라거나 파닥파닥이라거나, 그 어떤 소리가 있을 텐데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소리는 들리지 않고, 오직 고요하기만 했습니다. 소리가 없으니 가난한 안개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개들은 밤새 광장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갈 태세였는데도 정보과 형사들은 한 명도 나와 보지 않더군요. 저 안개들의 가난함은 과연 누가 알아줄 것인지 걱정이 돼 광장을 떠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며칠이 지나 고작 여기에다가 지난 11월, 안개들은 꽤 가난했다고 기록할 뿐입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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