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더비셔 지음ㆍ고중숙 옮김/승산 발행ㆍ536쪽ㆍ2만원
입시교육에 워낙 덴 탓에 한국인에겐 수학에 대한 거부감이 하나의 습성으로 존재한다. 제도교육에서 벗어나는 순간, 기초적 셈법을 제외하고 나머지 수학적 사고력은 모두 학교에 반납하는 것이 상례. 그러나 수학은 본래 추상적 사유의 세계를 기술하는 언어로, 제도의 틀을 벗어났을 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교양이다.
<미지수, 상상의 역사> 는 수학의 여러 분과 가운데 대수학(algebra)에 관한 이야기다. 대수란 수학적 양(量)이나 논리 단위를 기호로 치환한 것으로, 추상에 추상을 거듭하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다. 방정식의 x나 y가 바로 그것. 수학자, 언어학자이자 소설가인 저자 존 더비셔는 "여러 겹의 추상화로 감싼 이 영묘한 정신적 대상들 속에 우리가 사는 세계의 가장 깊고도 근본적인 비밀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미지수,>
대수라는 개념이 처음 역사에 기록된 것은 지금부터 무려 서른여덟 세기 전. 메소포타미아에 살던 선인들은 "이것에 이것을 더하면 이것이 된다"는 평서문을 "이것에 '무엇'을 더하면 이것이 되는가?"라는 의문문으로 전환하는 사고의 혁명을 감행했다. 여기서 오늘날 'x'로 표현하는 미지수가 탄생하게 되는데, 이 최초의 추상이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 책 속에 흥미롭게 기술돼 있다.
어쩔 수 없이 포함된 수식들이 겁을 줄 수 있지만, 이 책은 수학적 훈련을 위해 쓰여진 책이 아니라 교양을 두텁게 하기 위한 책이다. 대수학의 기원부터 문자기호를 체계적으로 쓰게 된 17세기까지의 기간, 전통적 산술과 기하의 개념들이 서서히 떨어져 나가 수학적 대상들의 발견으로 이어지기는 과정, 논리적 기반 위에서 더욱 높은 추상의 단계로 나아가는 현대 대수학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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