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의 외국어고교 개편 시안이 나온 뒤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학교 규모의 대폭 축소 내지 일반고 전환 추진으로 사실상 존립이 위태로워진 외고 측의 반발이 거세다. 27일에는 교과부 시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한 공청회에서 외고 교장단이 "연구결과가 편파적이고, 토론자도 불공정하게 인선됐다"며 집단 퇴장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교장단은 내일 긴급총회를 열고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설 움직임이다.
외고 측의 반발은 예견된 일이고, 전혀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외고 측 주장대로 글로벌 인재 양성의 성과와 역할은 무시된 채,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으로 몰려 존폐의 기로에 섰으니 목청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입시위주 교육에 몰두하는 외고의 현실을 감안할 때 집단 반발은 도가 지나치다. 무엇보다 교과부의 개편 시안이 외고에 불리하다고만 할 수없다. 1안(규모 축소를 통한 존속 또는 국제고ㆍ자율고 전환)과 2안(자율고ㆍ국제고ㆍ일반계고 전환 및 외국어중점학교 지정) 중 어느 것이 정책으로 채택된다 해도 외고는 규모를 줄여 존속하거나 국제고로 전환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두 가지 방안 모두 학교별 학생선발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외고 폐지론자들은 오히려 시안이 외고의 기득권을 유지, 강화시키고 새로운 사교육비 부담을 유발하는 등 당초 외고 개편의 취지를 벗어난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고 교장단이 집단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를 테면 염불보다 잿밥에 더 신경 쓰는 격이다. 외고 문제의 본질은 간과한 채 정부와의 샅바 싸움에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술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외고 교장단이 진정 개편 의지가 있다면, 설립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모습부터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순리다. 외고는 외국어 분야에 관심과 재능이 있는 소수 학생을 선발해 대학 입시와 상관 없이 국제적 인재로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자 존립 근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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