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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수학 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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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수학 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입력
2009.11.2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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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초중고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는 과목은 여전히 수학과 영어인 듯 하다. 내가 어렸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세계화 물결 속에 국가 간 장벽이 없어지는 시대이니, 영어 자체가 목적은 아니지만 영어를 의사소통의 도구로 사용할 정도는 돼야 한다. 언어적 소양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글쓰기 등 소통의 소양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 국어 교육의 강화와 함께 영어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유년기의 수학교육은 논리적 사고를 길러주고 창의적인 사고 전개를 가능하게 해주니 이 또한 중요하다. 대학에 가서 공학 등을 전공하는 경우 수학을 충분히 몰라서 전공 공부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경우에도 미적분은 물론이고 게임이론이나 최적화 이론 등의 수학 이론이 도처에서 튀어 나온다. 그러니 일찍부터 수학과 친구가 되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수학과 영어는 한국의 교육과정에서 오랜 기간 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 왔지만, 교육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1970년대에는 대학별 본고사 제도가 있었고 문제 수준이 높은 편이었다. 이 제도는 고등학교 교육은 물론이고 초등학교 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학생들은 구구단부터 시작해서 상당한 분량의 기초 수학 공식을 암기하도록 교육 받았다. 영어 교육에서도 문법과 단어 암기가 강조되었다.

이러한 교육 내용은 1990년대 이후 크게 변했다. 영어 교육은 말하기와 듣기를 강조하기 시작했고, 암기 위주의 교육이 창의성을 죽인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어려운 내용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수학 교육도 변화했다. 이제 한국의 고등학교 학생들은 아주 날씬한 수학교과서를 들고 학교에 가고, 미적분을 공부하지 않고도 대학에 갈 수 있다. 교차지원 제도를 잘 활용하면, 미적분을 모르고 공대에 들어가는 게 가능한 경우도 있다. 계산은 계산기에 맡기면 된다고, 초등학생에게 계산연습도 잘 시키지 않는다.

같은 기간 미국은 어떠했을까? 1960년대 소련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등 과학기술 분야에서 약진한 데 자극을 받은 미국은 수학과학 교육을 크게 강화했다. 70년대에 교육받은 미국인들은 강화된 교육과정을 이수했고, 실제로 미국의 과학 경쟁력은 크게 향상되었다. 이러한 교육 방식이 아이들에게 과다한 짐을 지우고 창의성을 위협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80년대에는 수학 교과서 내용이 상당히 쉽게 바뀌었다. 90년대에는 대학교 미적분 교재에까지 이러한 '교육개혁'의 영향이 미쳐서 어려운 내용이 다수 삭제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 이 때문에 미국의 경쟁력이 약화되었다는 반성이 일어났다. 최근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수학과학 교육이 사활적으로 중요하다며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요즘 미국 명문 학군의 학교에 가보면, 2+8=10 등의 덧셈 카드를 나누어 주고 암기하게 하는 등 교육 방식이 확연히 바뀌었음을 볼 수 있다. 미적분이 고등학교 의무과목은 아니지만 주요 대학에서는 이를 이수하면 가산점을 주고 있다. 실제 많은 학생들이 AP 과목의 형태로 이를 이수한다. 한국의 수학교육도 미국의 80~90년대 유행을 따라 하는 것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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