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세종시 수정을 공식 언급한 뒤 여권 주류의 발걸음이 매우 빨라지고 있다. 당ㆍ정ㆍ청 수뇌부는 29일 긴급 회동을 갖고 이 대통령의 사과 이후 세종시 수정론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기로 했다.
당장 청와대가 바빠졌다. 이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정몽준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 조찬회동을 갖고 세종시 수정 추진 방안을 논의한다. 이 대통령은 이어 1일 쇼욤 라슬로 헝가리 대통령을 위해 마련한 국빈 만찬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초청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세종시 수정에 대한 이해를 구할 가능성이 있다. 박형준 정무수석이나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도 국회 및 국민을 상대로 적극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이 대통령이 금주 중 영ㆍ호남을 방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정몽준 대표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국가 발전과 충청도민 이익을 위해 세종시 대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는데, 국민과 의원들이 기다려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대통령이 진심으로 고민을 털어놓고 함께 고민하자는데 야당이 정략적 공격을 계속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당이 대통령의 진정성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소신 있는 모습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권 주류는 친박계 설득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친이계 의원은 "서로 자극하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게 중요하며 결국에는 수정안이 나온 뒤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따로 만나야 할 것"이라며 "결국 여론을 잡아야 친박계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찬 총리는 28일 충남 연기를 다시 방문,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는 결코 세종시를 축소하거나 백지화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더 좋은 도시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또 "원안 플러스 알파가 좋기야 하겠지만 한정된 재원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지 않느냐"고 말해 박 전 대표의 "원안+알파(자족기능 보완)' 입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정 총리는 내달 1일부터 4일까지 각계 원로 초청 간담회를 갖고 세종시 수정 추진 방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정 총리가 30일 주재하는 세종시 민관합동위 3차 회의에선 특별연구팀의 세종시 연구성과 보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대통령과의 대화'를 마친 28일 새벽 여의도 MBC 사옥에서 일부 패널, 청와대 참모진, MBC 경영진 등과 막걸리를 나눠 마시면서 "국민들이 내 마음과 정책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정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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