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유럽연합(EU) 시대를 열 리스본 조약이 12월 1일 발효된다. 초대 'EU 대통령'으로 불리는 벨기에 출신 헤르만 판 롬파위(62)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하 상임의장) 당선자는 1일 리스본 조약이 만들어졌던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기념행사를 갖고 '새로운 EU의 탄생'을 축하할 예정이다.
리스본 조약은 정치통합을 앞세운 강력한 EU를 상정하고 있지만 역내에서는 새로 짜여진 역학구도 속에서 상호 물밑 견제도 치열한 상황이다.
강해진 EU 속 유럽 강국들 상호견제도 커져
독일과 프랑스의 견제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EU 상임의장 포부를 접은 것은 '하나의 EU'를 지향하는 이면에서 벌어졌던 각국의 치열한 신경전을 발 보여줬다.
장관 인선이라고 할 수 있는 EU집행위원단 구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요보직을 차지하면 자국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발언권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발표된 EU 집행위원단 구성 면면을 분석하며 "프랑스가 치열한 로비 끝에 가장 큰 이익을 얻었다"고 28일 보도했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역내시장 담당 집행위원에 미셸 바르니에 전 프랑스 외무장관이 지명됐기 때문이다. 바르니에 위원은 유럽내부 무역과 함께 금융규제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영국은 역내시장과 금융규제 업무 분할을 요구하며 줄곧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 밖에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서명과 유럽의회 비준을 책임질 통상담당 집행위원에는 카렐 데 휘흐트 전 벨기에 외무장관이 지명됐다.
강대국들의 상호 견제는 약소국들의 자리를 보장해주는 효과가 있는 반면, 미국과 중국 등 G2(주요 2개국) 체제로 굳어져가는 세계 질서 속에서 EU가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데 한계를 갖게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한달 간 과도 체제
리스본 조약은 12월부터 발효되지만 당장은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하지 않는다. 롬파위 상임의장은 내년 1월1일부터 2년 6개월의 임기를 시작한다. 새로 구성되는 집행위원단도 내년 1월 11~19일 유럽의회 청문회를 거쳐 이사회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들의 임기는 약 5년(2014년 10월 31일까지)이다. 새로운 집행부 출범 때까지 기존 집행위원들이 임시적으로 업무를 지속한다.
하지만 새로운 EU집행부가 추진할 정책들을 두고 벌써부터 갖가지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언론들은 롬파위 상임의장이 그린세와 토빈세 지지론자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린세는 환경친화적 상품에 부가가치세를 상대적으로 낮게 적용하는 것이고, 토빈세는 단기 외환거래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새 EU집행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롬파위 상임위장은 28일 벨기에 TV에 출연, "나는 근본주의자가 아니라 연방주의자"라며 말을 아꼈다. 자신의 주의주장보다 통합과 동의를 중요시 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별도로 EU관료들의 연봉이 3.7% 오르고 신설된 상임의장의 연봉이 6억원이 넘는 것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 새로 지명된 EU 주요 집행위원
카렐 데 휘흐트(벨기에) -통상
미셸 바르니에(프랑스) -역내시장ㆍ금융
호아킨 알무니아(스페인) -경쟁(공정거래)
올리 렌(핀란드) -경제ㆍ통화
코니 헤즈가드(덴마크) -기후변화
귄터 외팅거(독일) -에너지정책
안토니오 타자니(이탈리아) -산업정책
마리아 대먼애키(그리스) -해양ㆍ어업
비비안 레딩(룩셈부르크) -사법ㆍ인권
넬리 크뢰스(네덜란드) -디지털어젠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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