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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하는 경제기사 따라잡기] 노벨 경제학상은 어떤 사람들이 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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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하는 경제기사 따라잡기] 노벨 경제학상은 어떤 사람들이 받나요?

입력
2009.11.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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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매년 가을마다 그 해의 수상자를 발표하는 노벨상 가운데는 경제학상이 있습니다. 올해는 사상 최초로 여성이 수상자로 선정돼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일각에서는 "경제학상은 진짜 노벨상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노벨 경제학상을 둘러싼 궁금증에 대해 알아보죠.

A. 경제학상은 노벨상이 아닌가요?

노벨상은 스웨덴 출신의 화학자이자 발명가인 알프레드 노벨(Alfred Nobelㆍ1833~1896년)이 죽음을 앞두고 1895년에 기부한 재산을 기초로 설립된 노벨재단(The nobel Foundation)이 1901년부터 매년(제2차 대전으로 1940~1942년 제외) 수여해오고 있습니다.

노벨은 물리학, 화학, 생리학과 의학, 문학 그리고 평화 부분에서 '전 인류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업적을 남긴' 사람들에게 상을 줄 것을 유언으로 남겼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노벨 경제학상(풀어읽는 키워드 참조)은 노벨의 원래 계획에는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포함될 걸로 여겨지는 자연과학의 기초학문인 수학 역시 빠졌으며 그 이유에 대해 갖가지 설이 아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당시 시대상황이나 노벨의 개인적 취향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이름만 놓고 보면 경제학상은 진짜 노벨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스웨덴에서 주관하고 다른 노벨상들과 같은 시기(매년 10월. 규정은 11월 15일 이전)에 수상자가 발표되는 점 등은 비슷하지만 'The Sveriges Riksbank Prize in Economic Sciences in Memory of Alfred Nobel'(알프레드 노벨을 기리는 스웨덴 중앙은행의 경제과학에 대한 상)이라는 제법 긴 공식 명칭이 가리키는 것처럼 'The Nobel Prize in~'으로 시작되는 다른 노벨상들과는 확실히 구분됩니다.

하지만 경제학상 역시 다른 상들과 함께 '노벨 경제학상'이라는 비공식 명칭으로 더 많이 불리고 상의 권위에 있어서도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답니다.

어떤 나라 사람들이 주로 받았죠?

역대 수상자들의 국적을 살펴보면 미국이 압도적입니다. 1969~2009년까지 공동수상자를 포함해 모두 64명이 상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미국인이 45명(70.3%), 영국이 8명(12.5%)이었습니다.

미국과 영국 수상자 비중만 80%가 넘으니 노벨 경제학상은 영어권 학자들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노벨상 전체로 따지면 각각 81명과 54명의 수상자(미국은 모두 320명)를 배출한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경제학상은 고작 1명씩만 받았으며 14명의 수상자를 낸 아시아의 대표 일본도 아직 경제학상은 타지 못했습니다.

돌아가신 분은 노벨상의 후보가 될 수 없습니다. 경제학상이 69년부터 시작된 탓에 슘페터, 케인즈 같이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20세기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들은 비켜나 있습니다. 또 새뮤얼슨(Paul Samuelsonㆍ1915~)이나 프리드만(Milton Friedmanㆍ1912~2006)처럼 상을 받기 전부터 대중적인 인물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노벨상 때문에 유명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도 비슷해서 노벨상을 받기 전에는 경제학 전공자들 사이에서도 세부전공이 다를 경우 그저 이름만 들어본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경제학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긴 올해 수상자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ㆍ1933~) 역시, 작년 수상자인 크루그먼(Paul Krugmanㆍ1953~)조차 상이 발표된 후에야 오스트롬이 어떤 업적을 이뤘는지 알게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상자들은 거의 모두 현대경제학의 각 분야를 만들어온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에 입문하면 배우게 되는 <경제학원론> 의 매 장들에서는 역대 수상자들(상당수가 현재 생존)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 경제학을 배우는 것은 이들의 업적을 따라 과거로부터 현재로 시간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상은 경제상황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도 한다죠?

다른 자연과학 분야의 상들과 달리, 경제학상은 사회적 지향점이나 선호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배경이 됐던 '파생상품'을 예로 들어 볼까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일반인에게는 생소했던 파생상품 시장이 세계경제를 위협할 만큼 성장한 데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97년 머튼(Robert C. Mertonㆍ1944~)과 숄츠(Myron Scholesㆍ1941~)는 '파생상품 가치평가 방법 개발분야에서의 업적'을 인정받아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두 사람은 경제학자로서는 드물게 자신들의 이론을 현실에 적용해 94년 헤지펀드 투자회사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ong Term Capital Management)를 설립, 첫해에 경이적인 수익률을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97년 아시아 경제위기의 여파로 98년 들어 4개월간 무려 46억달러의 손실을 보며 캥鉞?무분별한 투자의 위험성을 알리는 대표적인 사례 또한 남기고 말았습니다.

머튼과 숄츠이 시장을 고도로 발달시키는데 공헌했다면, 이들의 반대편에 서서 펼친 활동에 힘입어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2001년 수상자인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ㆍ1943~)와 작년 수상자 크루그먼입니다. 물론 두 사람 역시 나름의 전문분야서 뛰어난 업적을 냈지만 이들의 '학문 외적'인 활동도 수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2001년은 소위 '신경제'가 종말을 고한 시기였고 2008년은 우리가 지금 경험중인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학문적으로 출중한 업적을 남긴데다가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알리고 그 처방책을 제시하고자 노력하였던 그들보다 더 적합한 후보들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경제학상을 탈까요?

영어권 학자들이 수상자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에 비춰보면 국내 학자들이 조만간 노벨상을 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활동중인 한국인 학자까지 범위를 넓혀보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많은 한국 인재들이 미국 최고의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면서 이들 대학교에서 현재 강의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50년 전 세계에서 최빈국에서 현재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바라볼 정도로 급성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경제의 방향을 잡고 고비 마다 꼭 필요한 정책들을 조언해 준 많은 경제학자들도 있었습니다. 만약 경제학상이, 평화상처럼 개인뿐 아니라 단체나 조직에도 수상된다면 그동안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경제 관료들과 경제학자들은 누가 봐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노벨의 유언인 '전 인류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업적'을 현실에 적용하는데 어느 나라 경제인들보다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예상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풀어읽는 키워드

■ 노벨 경제학상은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 창립 300주년을 기념하여 노벨을 기리면서 만들어졌고 1969년부터 수여되기 시작해 올해로 41회째를 맞이했습니다. 노벨 재단이 다른 부문에서처럼 심사, 수상자 선정, 시상식(다른 상들과 같이 노벨이 영면한 날인 12월10일), 상금수여 등의 전 과정을 진행하며 스웨덴 중앙은행은 따로 기금을 출연하여 이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 닮은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지난 2004년 영국 경제학자 하워드 베인 등은 <세계 경제학> (World Economics)이라는 잡지에 이전까지 경제학상 수상자들을 분석한 보고서를 게재했습니다.

이들은 미국학자들의 압도적인 우위에 더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기 위한 몇 가지 전제조건을 발견했는데요. 첫째, 시카고대, MIT, 하버드대 등 널리 알려진 11개 정도의 대학에 근무할 것, 둘째, 이들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것, 셋째, 노벨상을 받기 전에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John Bates Clark Medalㆍ이 상 수상자의 39%가 후에 노벨상을 수상)과 같은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할 것 등을 꼽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2003년까지 수상자 53명 가운데 힉스(Hicks), 하이에크(Hayek), 칸토로비치(Kantorovich), 셀튼(Selten)을 뺀 무려 49명이 위의 3가지 조건중 적어도 하나는 경력으로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좋고 싫고를 떠나 현실적으로 당분간은 위의 3가지 조건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의 필요조건으로 간주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수상자들도 있습니다. 동서간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옛 소련에서도 경제학상 수상자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1975년 소련과학원(Academy of Sciences)에 근무하던 레오니드 비탈리예비치 칸토로비치(Leonid Vitalyevich Kantorovich)가 네덜란드의 탈링 쿠프만스(Tjalling Koopmans)와 함께 '자원의 최적적인 분배이론에 대한 기여'로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는데요. 당시 서구에서조차 케인즈의 이론이 풍미하면서 경제에서의 정부 역할이 높아지던 시기여서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던 사회주의 경제의 앞선 경험과 이론이 배울 가치가 있다고 느끼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여성 수상자가 된 오스트롬 교수는 시장뿐 아니라 조직과 제도의 역할을 중시하는 신제도학파에 속합니다. 그는 인간과 제도가 상호간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관점【?경제학을 연구했습니다. 특히 숲, 어류, 석유 등 '공유재의 비극' 이론과 관련, 기존에는 각자 낭비하다 보면 모두 고갈된다는 이론이 대세였으나 오스트롬 교수는 부정적 영향이 심각해지면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서로 협력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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