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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이웃 학교 '원수지간'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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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이웃 학교 '원수지간' 될라

입력
2009.11.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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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창덕여중 교문 앞. 40~50대 주부 20여명이 어깨띠를 두르고 "수업환경 저해하는 공사를 중단하라"며 구호를 외쳤다. 학교 앞에서 피켓을 들고 목청을 높인 시위대는 창덕여중과 맞붙어 있는 이화여고 학부모들. 창덕여중이 현재 새로 짓고 있는 교사(校舍)가 이화여고 교사와 불과 2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학부모 대표 용정미(47)씨는 "학생들이 서로 교실 안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로 건물간 거리가 가까워 소음으로 인한 수업 방해 등이 우려된다"며 "학생들 생각을 하지 않고 어떻게 이렇게 가깝게 지을 수 있냐"며 목청을 높였다.

서울 도심에서 담장을 사이에 두고 30여년간 이웃으로 지내던 여중, 여고가 교사 개축을 두고 '원수지간'으로 틀어질 위기에 처했다. 두 학교에 자녀를 모두 보내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은데, 학부모 시위대까지 가세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화여고와 창덕여중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교사 개축 문제를 놓고 서울시교육청에 맞서 의기투합했었다. 창덕여중이 2007년 시교육청으로부터 교사 개축 승인을 받았지만, 올해 나란히 부임한 두 학교 교장은 모두 이 안에 반대했다.

양쪽 교사가 너무 가까워 교육 활동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 외에도 창덕여중은 새 교사의 교실 수가 27개에서 19개로 줄어들어 수준별 이동수업 등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문제를 들었다. 이에 따라 창덕여중은 현재 교사를 리모델링 하거나 새로 짓는 교사의 설계를 변경하는 내용으로 지난 9월 시교육청에 '설계변경 요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서울 중부교육청은 "개축심의위원회를 통해 주민과 두 학교의 의견을 수렴하고 건축법상 요건을 맞춰서 승인을 해준 것"이라며 "기존 설계안을 변경하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중부교육청은 지난 9일 대신 교사를 새로 지은 후 교실 수가 부족하면 추가 재정지원을 통해 증축해주겠다고 약속했고, 창덕여중 측은 입장을 바꿔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이화여고 측은 "창덕여중이 신의를 저버리고 우리를 이용만 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강순자 이화여고 교장은 "두 학교가 모두 소음 등으로 인한 수업 질 저하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 문제를 놔두고 공사를 시작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며 "법적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덕여중 측은 이에 대해 "아무 얘기도 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 지역 학부모 이모(46)씨는 "창덕여중을 나온 뒤 이화여고를 다니는 학생들이 많은데, 두 학교 학생들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수업 질을 고려해 건물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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