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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대선 후보들 "난 차베스가 아니라 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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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대선 후보들 "난 차베스가 아니라 룰라"

입력
2009.11.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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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레이스에 참여하는 남아메리카의 정치 지도자들이 최근 급진적인 정치색을 포기하는 대신, 좌우를 포괄하는 '중도'를 선택하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자에서 "남미의 정치인들이 중도를 향해 일제히 기수를 돌렸다"며 정치적 노선에 집착하기보다 대중 지지를 얻기 위해 무난한 중도로 돌아서는 사례들을 소개했다.

29일 대선 결선투표를 앞둔 우루과이의 집권 좌파연합 확대전선 소속 호세 무히카 후보의 지지율은 49.6%로 당선이 거의 확실시된다. 무히카 후보는 1960년대 우루과이에 군사독재정권이 들어선 이후 좌파 무장 게릴라 활동을 이끌던 인물이다. 그는 민주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극좌 정치단체에서 활동해왔다.

그런데 이렇듯 급진적인 전력의 무히카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나의 모델은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며, 절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아니다"고 공언했다. FT는 "좌파 이미지가 강했던 무히카 후보가 '정치적 목표'보다 '실용적 경제발전'에 공을 들인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을 자신에 투영시키고 있다"며 "그가 포퓰리즘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무히카의 중도 이미지 선택 이유는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의 경제상황을 들여다보면 보다 확실해진다. 브라질은 이미 경제불황을 극복했고, 국제통화기금은 브라질의 내년 성장률을 3.5%로 전망했을 정도이다. 반면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아직 불황의 늪에 빠져 있고 최근엔 물과 전기마저 부족한 실정이다. 이 와중에 차베스의 노선을 지지하는 것은 그야말로 정치적 무덤을 파는 행위라는 분석이 많다. 반대로 남미에서 '룰라 다 실바 효과'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미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미주대화'의 피터 하킴 소장은 "남미에서 이제 차베스와 자신을 연결하는 정치 지도자를 찾긴 쉽지 않으며 급진적인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도 마찬가지"라며 "페루와 멕시코의 지난 대선에서도 차베스 노선을 따른 후보들은 모두 외면당했다"고 FT에 밝혔다.

내달 13일 대선이 예정된 칠레에서도 이데올로기나 정치색을 강조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좌우파간 정책 경계가 모호해지는 등 양쪽 진영 모두 '중도'를 앞세우고 있다. 우파 대선후보로 여론조사 1위에 올라 있는 세바스티안 피녜라는 최근 정치광고를 통해 게이 커플을 옹호하는 입장을 밝혔을 정도로 '정치적 관용'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당선돼도 현 좌파정권의 사회보장망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중도 이미지를 강조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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