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법원이 유죄를 인정했다. 국내 사법사상 외국인 모욕죄로 처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2단독 조찬영 판사는 27일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인도인 보노짓 후세인(28) 성공회대 교수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해 형법상 모욕죄로 약식기소된 박모(31)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피고인이 특정 종교나 국적의 외국인을 혐오하는 듯한 발언을 해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을 고려해 약식명령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게 합당하다고 판단된다"며 논란을 일으킨 이번 사건을 정식재판에 넘기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약식기소란 피의자의 혐의가 크지 않을 때 검사가 기소는 하되 법정에서 공개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류심사만으로 벌금형에 처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의 약식기소를 받아들이면 약식명령을 하게 되고 만약 그렇지 않으면 직권으로 사건을 정식재판에 부칠 수 있다. 만약 법원의 정식재판 회부 혹은 피고인의 정식재판 청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약식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니게 된다.
후세인씨는 재판부의 이번 약식명령에 대해 "한국사회에 뿌리깊게 남아있는 인종차별적 문화를 공론화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 7월10일 오후 9시께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후세인씨에게 "아랍인은 더럽다", "냄새 난다"는 등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모욕감을 준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송원영 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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