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두야, 오늘 선발 출전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빼지 않는다. 알았냐?"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독이 오른 이형두(29)를 원했다. 배구도사 석진욱(33)은 왼쪽 종아리 근육 통증으로 출전 불가. 신 감독은 '만년 후보' 이형두가 제 몫을 못하면 제 풀에 지칠까 두려웠다.
그 동안 벤치를 지키던 이형두는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했다. 잔뜩 독을 품은 이형두는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21-21 동점인 마지막 4세트. 이형두는 현대캐피탈 주포 박철우(20점)의 오른쪽 강타를 블로킹으로 떨궜다. 22-22에선 왼쪽에서 강스파이크를 내리꽂더니 24-23에선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시간차 공격까지 성공시켰다.
이형두(16점ㆍ3블로킹)가 고비마다 왼쪽 강타를 펑펑 때린 삼성화재가 29일 천안에서 열린 2009~10시즌 NH농협 프로배구 현대캐피탈과의 방문경기에서 3-1(30-32 25-23 25-21 25-23) 역전승을 거뒀다. 구미에선 용병 피라타(26점)가 맹활약한 LIG손해보험이 대한항공을 3-1(25-21 25-21 19-25 27-25)로 이겼다.
삼성화재는 LIG손보와 함께 7승1패가 됐지만 점수득실률에서 앞서 1위를 지켰다. 반면 우승후보로 꼽히던 현대캐피탈(5승3패)과 대한항공(4승4패)은 각각 3위와 4위에 그쳤다.
승리의 주역 이형두는 "사고도 한 번 쳤는데 잘해야죠"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형두는 지난 6월 은퇴를 선언하고 숙소를 이탈했었다. '제2의 신진식'이란 평가를 받았던 이형두는 7년째 계속되는 후보 생활에 죽고만 싶었다. 그러나 배구를 떠나니 가슴이 답답하고 미칠 것만 같았다.
우여곡절 끝에 이형두를 복귀시킨 신치용 감독은 시즌이 시작하자 벤치를 지키게 했다.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이형두는 시즌 판도를 좌우할 현대캐피탈전에서 제 몫을 100% 이상 해냈다. 이형두는 "역시 이기니까 기분이 좋네요"라면서 모처럼 웃는 얼굴로 경기장을 나섰다.
여자부에선 흥국생명이 도로공사를 3-2(25-19 23-25 21-25 25-17 15-13)로 제압했다.
천안=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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