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ㆍ임수현 옮김/효형출판 발행ㆍ224쪽ㆍ1만 1,000원
프랑스 신문기자로 일하던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나이 예순이 되자 은퇴하라는 통고를 받았다. 아내와 어머니를 여읜 지 몇 주 안 된 상태에서 받은 해고 통보는 충격이었다. 사회에서 폐기처분됐다는 생각에 우울증이 깊어져 자살할 뻔했다. 그런 그를 걷기가 구했다. 그는 순례자의 길로 유명한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석 달 간 걸었다. 그 길에서 지난 생을 돌아보고 새 삶을 계획하면서 새로 태어난 듯한 기쁨을 느꼈다. 스페인에서 돌아온 뒤 그는 인생 최대의 모험에 몸을 던진다. 실크로드 1만 2,000㎞를 4년 간 혼자 걸어서 여행하는, 한 마디로 미친 짓이었다. 그의 실크로드 도보 여행기 <나는 걷는다> 는 2003년 국내에도 번역 출간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는>
<떠나든, 머물든> 은 올리비에가 나이 일흔에 쓴 두 번째 책이다. 책의 원제는 '인생은 60에 시작된다'. 한 발은 무덤에 들여놓은 채 시들어가는 노년을 거부하고, 인생을 예찬하는 책이다. 떠나든,>
올해 여든 살인 그의 진짜 삶은 나이 예순에 다시 시작됐다. 가진 거라곤 먹고 살기에 조금 부족한 돈과 시간뿐이지만, 하루하루 열정을 다해 살고 의욕에 넘쳐 새로운 계획을 짜는 그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은퇴가 끝은 아니구나' 하는 용기를 얻을 것이다. 그는 "예순 살은 삶이라는 연회에서 후식을 먹는 시간"이라고, "인간 존재가 만들어내는 불꽃놀이의 마지막 마무리"라고 말한다.
멋진 노년을 위해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사회적 연대다. 노인과 은퇴자는 사회의 짐이 아니라 당당히 할 몫이 있고,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비행 청소년들을 감옥에 보내는 대신 몇 주 간의 걷기 여행에 참여시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문턱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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