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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우아한 거짓말' 열 네 살 소녀의 죽음…"누군가 당신의 손길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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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우아한 거짓말' 열 네 살 소녀의 죽음…"누군가 당신의 손길이 필요해"

입력
2009.11.2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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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령 지음/창비 발행ㆍ228쪽ㆍ8,500원

베스트셀러 <완득이> 의 작가 김려령의 신작이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청소년 은어와 짧고 날카로운 문체가 여전하다. <우아한 거짓말> 은 그러나 거친 현실을 유쾌하게 쓴 전작과 달리, 적당히 어둡고 절제된 느낌이다. 열 네 살 소녀의 영문을 알 수 없는 자살. 여기에 얽힌 사연을 실타래 풀 듯 풀어가는 이 성장소설은 잠잠하게 흘러가는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변화하는 청소년의 내면을 세밀히 묘사했다.

엄마, 언니 만지와 사는 여중생 천지는 엄마에게 MP3를 사달라고 조른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항상 혼자였던 천지는 죽은 뒤에야 주변인의 관심을 끄는 슬픈 존재. 얄미운 언행으로 천지를 괴롭혀온 친구 화연은 그의 죽음으로 불안에 휩싸인다. 끈질기게 동생의 원한을 밝혀내려던 만지는 천지의 유품인 털실뭉치에서 '용서한다'는 편지를 발견하고, 나머지 4개 편지를 찾아 나서는데….

"조잡한 말이 뭉쳐 사람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혹시 예비 살인자는 아닙니까?" 소설은 천지가 발표 시간에 했던 이 말로 압축된다. 나를 지키기 위해 남에게 해를 가하는 잔인한 거짓말의 최후를 보여주는 것이다. 더불어 치사한 침묵까지도. 이 때 작가는 가치판단을 더해가며 교훈을 주려 하진 않는다. 그는 선과 악을 구별하지 않고 전지적인 시점에서 세상을 서술하고, 천지의 독백으로 청소년 세대를 대변한다. 따라서 화연도 완전한 악이 아닌 또 다른 희생자로 그려진다.

죽기 전까지도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렸던 아이. 무관심 속에 우울증을 앓았던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이 오롯이 녹아 든 이 소설은 청소년에게는 공감을, 어른에게는 이해를 구한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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