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무대들이 송년을 풍성하게 한다. 악가무(樂歌舞)의 유산이 한자리에 모여 가는 해를 아쉬워한다.
201명이 들려주는 '광대의 노래'
"서양에 칸타타가 있다면 한국에는 판소리 합창이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김명곤)가 꾸미는 '광대의 노래'는 현존하는 전통음악의 최고수들을 한 자리에 모아 그들의 전설적 기예를 재삼 확인하는 자리다. 신ㆍ구 세대를 아우르는 판소리 명창들은 물론 국악관현악단, 서양 합창에서 듣기 힘든 판소리 합창까지 등장하는 '소리의 총체극'이다.
조상현, 송순섭, 김일구 등 당대 명창들이 신재효의 '광대가'를 통해 광대가 걸어야 할 지난한 삶의 무늬를 보여준다. 김명곤 위원장이 새로 쓴 '신 광대가'를 사설로 해 생명, 민족 등의 주제를 판소리 형식에 얹어 노래한다.
득음의 경지에 달한 소리를 60인조 국악관현악단, 67인조 서양합창단은 물론 20인조 판소리합창단까지 가세해 받쳐준다. 여기에 승무(이매방 등), 부채춤(김백봉 등) 등 볼거리가 가세한다. 최고의 소리를 최고의 잽이들이 받쳐준다. 이생강(대금), 김영재(해금), 이존대(피리), 박대성(아쟁), 김무길(거문고) 등 명인들이 최고의 연주력을 펼쳐 보인다. 총 출연자가 201명이다. 12월 4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063)232-8398
가야금의 향연 '향음재'
그 감흥을 서울의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의 '향음재(香音齋)'가 잇는다. 가야금병창보존회(이사장 강정숙)가 2002년 이래 매년 가야금병창의 명인 향사 박귀희(1921~1993)를 기려 펼쳐온 이 무대는 전통 악기 중 유일하게 소리와 연주를 겸하 가야금의 멋을 재삼 확인할 자리다.
이지영 서울대 국악과 교수의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와 가야금 병창, 17현금과 25현금으로 들려주는 '가야금 3중주' 등 정통 가야금 연주를 비롯해 국악 가요, 크리스마스 캐롤 등 전통과 현재가 어우러지는 무대다. 입장료 무료. 12월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민속극장 풍류 (02)581-9712
오지윤의 '심청가'
경기 가평 대원사 옆 토굴에서 독공 중인 오지윤(43)씨는 애절한 계면조의 '심청가' 완창으로 세밑을 후끈 덥힌다. 칩거하며 소리 공부를 하고 있던 그를 불러낸 것은 해를 넘기기 전 공부의 결과를 공개하라는 전통문화 관계자들의 요청이었다.
서편제와 동편제가 어우러진 강산재(보성 소리)의 적자로 '심청가' 이수자로 지정된 오씨는 판페라(판소리 오페라) 등 대중에게 다가서는 활동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왔다. 국악과 양악이 어우러진 50인조 오케스트라 '아리랑'의 단장이기도 한 그는 이번에는 고수로만 협연자를 한정, 정통의 맛을 보여줄 계획이다. 29일 오후 5시 서울 남산국악당. (02)582-8782
해금플러스의 'Gracias'
한편 저같은 정통 국악과는 달리, 국악을 중심으로 한 진보적 작업으로 깊은 인상을 준 그룹 '해금 플러스'는 10주년을 맞아 기념 무대를 마련한다. 클래식과 재즈에 이르는 세계의 일류급 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동서고금의 음악을 넘나드는 중심에 선 해금 주자 강은일(42)이 이끄는 단체다.
감사하다는 듯의 스페인어 'Gracias'를 제목으로 내건 무대는 내년 7월 프랑스 디종 월드뮤직 페스티벌 초청을 앞두고 먼저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고운기(베이스), 김태정(장구 등), 김지현(생황 등) 등 7명의 협연자들과 함께 '도라지꽃' '맨해튼 댄스' '해금 랩소디' '추격' 등 신작을 선보인다. 12월 1일 오후 7시30분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 (02)786-1442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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